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나무에 대하여' 시를 감상해 보고자 합니다.
1. 나무에 대하여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려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2. 장자의 '쓸모있는 나무 쓸모없는 나무'
정호승의 '나무에 대하여'는 곧은 나무와 굽은 나무의 대조를 통해 역설적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곧은 나무가 쓸모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목재로 보나 땔감으로 보나 곧은 나무가 쓰임새가 많고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실용적 안목이 아닌 더 나아가 생태적 안목에서 굽은 나무를 예찬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장자의 나무이야기가 떠 오릅니다. 장자 인간세 편에 실린 '쓸모있는 나무와 쓸모없는 나무' 이야기 말입니다.
목수인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사당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상수리 나무를 보았습니다. 제자가 왜 이 좋은 재목을 그냥 지나치냐고 하자 장석은 "그건 쓸모없는 나무야. 재목이 못되는 나무야. 아무 소용이 없으니 저렇게 오래 살지"라고 답합니다.
중국의 노장 사상가 진고응은 이 나무의 비유를 "난세에 지식인이 처한 어려운 국면과 그들의 비극적 삶"이라고 합니다. 난세에 재능 있는 지식인들이 통치자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입니다.
3. 결
정호승 시인은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고 그림자도 더 사랑스럽다고 했습니다. 함박눈이 쌓이기도 좋고 새들이 날아와 앉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굽은 나무에서 고통을 견딜 줄 아는 미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무가 곧게 자랄 때와는 달리 굽이로 휘돌아가며 자랄 때 그 순간의 고통을 포함해 여러가지 고통의 내력을 함축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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