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사 기자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에 까지 선행 매매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1. 선행매매란
'아, 내가 그 때 샀더라면…' 혹은 '그 때 팔지 말 걸…'
SK하이닉스 주가가 30만원을 터치하는 주가 차트를 보면서, 적잖은 이가 이런 후회를 할 겁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만, 부질없는 후회이기도 합니다. 주식 매매의 타이밍이란 게 늘 그런 거니까요.
그런데 누군가는 확신을 가지고 타이밍을 잡습니다. 남들이 사기 전에 먼저 사들입니다. 왜? 확실한 정보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격이 튀어 오르면 재빨리 팔고 나갑니다. 한 발 먼저 치고 빠지기, 바로 '선행매매'입니다.
다수의 기자가 수사선상에 오른 이유가 선행매매 혐의입니다.
금융당국이 의심하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호재성 정보를 파악하자 해당 주식을 매수합니다. 호재성 기사로 시장 기대를 키웁니다. 주가가 급등하면 팔고 떠납니다. 수사 대상은 일간지(경제지 포함) 기자, 인터넷 매체 기자 등 다양합니다. 기자 본인과 지인, 가족 등까지 포함해 20명 정도로 파악됩니다.
선행매매를 한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위법입니다.
A 기자는 지난 2023년 한 코스닥 상장사가 삼성 계열사에 특정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란 기사를 썼습니다. 제목에 [단독]도 붙였습니다. [단독] 머리말이 붙으면, 더 많은 독자나 시청자에게 읽히기 쉽습니다. 문제의 [단독] 기사가 출고된 당일, 해당 상장사 주가는 30% 급등합니다. 보름 전과 비교해 보면 100% 올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A 기자가 상장사 10여 개를 대상으로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고, 정보 취재와 기사 출고의 시차를 노린 선행매매로 5억 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번 거로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의심하는 A 기자의 선행매매 기간은 2023년 7월 13일~2024년 6월 20일까지입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주식 투자로 5억 원 이상 벌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A 기자는 올해 초 사표를 썼습니다.
금융당국은 기자들이 주로 '특징주'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하면서, 선행매매에 빠져든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징주란 특정 거래일이나 특정 기간 주가나 거래량에서 눈에 띄게 움직인 주식을 말합니다. 포털에는 매일 같이 '특징주'가 쏟아집니다.
금융당국이 특징주 기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첫째, 취재 과정에서 호재성 정보를 얻기 쉽기 때문입니다. 다음 호재도 비교적 수월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 정보로 취재하는 게 아니라 선행매매를 한다는 의심입니다.
둘째, 특징주 기사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특징주 기사들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떠돌아다닙니다. 속칭 '지라시' 형태로 퍼지면서 해당 종목에 대한 추격 매수를 유인합니다. 별 볼 일 없는 종목도 특징주 기사로 다뤄지면, 그럴싸하게 포장됩니다. '이제라도 사야 하나'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일부 기자들은 "특징주 기사 쓰는 게 두렵다"는 말도 합니다. 특징주 기사 작성 전후로 해당 주식을 사고 팔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물론, 선행매매 혐의는 극히 일부 기자에 한정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실망과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제대로 다루는 언론사는 많지 않습니다. 7월 17일 현재까지 서울신문, 한겨레, 이데일리, 미디어오늘 등 소수 매체만 기자 선행매매 수사를 다뤘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감원 사람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나 부도덕성에 비하여 언론 보도가 매우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사들은 동업자라는 이유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2. 금융기관의 선행매매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 조작으로 장난 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력 경고한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사 합병 정보를 사전에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 메리츠화재 전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해 부당 이익을 얻었다는 혐의로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고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최근 언론사 기자들이 특징주 기사를 쓰기 전 관련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선행매매를 하면서 부당 이익을 챙겼는데, 금융사 임직원마저 이런 행태를 보이면서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감시와 관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7월 1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메리츠화재 전 사장 A씨와 상무급 임원 B씨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및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22년 11월 21일 메리츠금융이 발표한 자회사 합병 계획이다. 당시 메리츠금융은 상장 자회사였던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두 회사를 상장폐지하는 대신, 메리츠금융이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세 회사를 하나로 합치게 됐다. 합병과 동시에 자사주 대규모 매입 및 소각 계획도 함께 언급됐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시 직전 A씨와 B씨는 메리츠금융지주 관련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자 이들은 보유 주식을 매각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합병 발표 전 메리츠금융 주가는 26,000원대였지만, 발표 다음 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34,750원으로 상승했다. 메리츠화재 주가도 35,000원에서 46,400원으로 급등한 뒤, 한 때 56,000원까지 치솟았다.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누설해 주식 등을 거래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상장법인 임직원, 주요 주주, 종업원 등이며, 이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제 3자도 처벌 대상이다. 위반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A씨와 B씨는 합병 계획을 모르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고위 임원이 가족까지 동원해 주식을 사고 팔아 차익을 얻은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고위 임원에게는 훨씬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이 같은 행위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3. 결
최근 몇 년간 주식 관련 언론 기자나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선행매매나 불법 공매도에 관련되는 등으로 국내 증시의 불투명을 초래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한 중에도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로 이들은 간을 키워왔다.
이번 기회에 이들에 대한 일벌배계로 국내 증시가 선진화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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