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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의 세계 음악극 축제 중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을 보고 와서

by 선라이저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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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남산 기슭 신라호텔과 동국대 가기 직전에 있는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하는 창극 중심의 음악극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을 공연 마지막날 보고 왔습니다.

 

1.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

 

 이 극은 큰 딸이 며칠전 남자친구와 보고 왔는데 너무 좋다며 추천을 해서 일요일 오후에 다른 식구들이 보러 갔습니다. 국립극장의 해오름은 그 전에 한 번 갔었는데 달오름은 처음입니다. 해오름은 동남쪽 방향을 보고 있어 해오름(sunrise)을 볼 수 있고 달오름은 북동쪽을 보고 있어 달오름(moonrise을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은 조선시대 터부시되어온 300년간 과거에서 등용되지 못한 서북지역에서 일어난 홍경래 난을 배경으로 한 창작극으로 노비의 딸인 누리와 말을 못하지만 활을 잘 쏘는 키 큰 소년, 이 극에서 나레이터로 나오는 개가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을 보였습니다.

 

 개의 회상 속에는 어머니 없는 딸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고자 하는 노비인 먹쇠,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딸인 누리, 말을 하지 못해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소년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랫 동안 고착되어온 우리 사회의 차별을 되짚어보고 자신의 선택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의 고민을 그려 냈습니다.

 

 먹쇠는 "우리 이제는 어떻게 살지, 우리가 선택해서 살자"라며 노비로서 그동안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삶을 향한 새로운 자유 의지를 드러냅니다. 누리는 힘겨운 삶속에서도 따돌림당하는 개와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년에게도 손을 내밀어 작은 연대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신분제의 벽 뿐만 아니라 이들이 극복해야 할 차별과 자신과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문제는 반란군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순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지배 계층이었던 노론(종로 부암동에 많이 살았던 신안동김씨 등의 세도정치에서 비롯)의 문화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이어져 오고 있는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환기한다. 

 

2. 이 극의 특징

 

  이 창작 극은 요즘 핫한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국 교포 감독이 다음 영화에서는 우리 판소리를 활용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처럼 판소리의 장단을 중심으로 국악기와 양악기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극의 정서를 풍부하게 표현해 냈다. 

 

  이 극의 소재가 된 홍경래 난(1811년 12월~1812년 4월)의 놀라운 것은 조선 후기 양반이라는 신분 질서를 유지해온 봉건사회가 해체되어 가던 중에 재물을 통한 양반으로의 신분 상승이 가능해진 신흥 부농과 서민 지주층과 상인들이 반란에 지지세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삼정(전제, 군포, 환곡)의 문란 속에 돈으로 주고 받는 부패한 과거제도는 폭발의 기폭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사법고시 제도도 이제는 로스쿨 제도로 바뀌면서 문은 넓어졌지만 돈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조선 후기의 과거제도처럼 자본주의화로 바뀐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 극의 처음과 끝에서는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한 편으로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비난과 혐오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다정함과 따뜻함이 귀한 이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빠르게 변하고 또 달라지지 않는 세상에서 늘 다정함을 선택할 수가 있다"라고 한다. 

 

국립극장 달오름
국립극장 달오름

 

3. 결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의 날에 마침 이 창작 극을 보았다. 이 극 중에 나온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아 적어 본다.

 

 "꽃은 바람을 타고 또 다른 꽃을 피우네. 마음은 그렇게 전해져 다정히 세상을 누리면 좋겠네."

 

 극 시작 30분을 남기고 찾아간 해오름극장 1층의 수경재배를 하는 식당인 '센트럴 윤인(Central Yunit)'에서 2시 반에 늦은 점심으로 가족이 나누어 먹은 금방 캔 듯한 채소의 신선한 샐러드와 스파게티, 샌드위치는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 것 같다. 

 

국립극장 해오름 윤인 식당
국립극장 해오름 윤인 식당

 

 나는 아버지로서 먹쇠처럼 딸에게 무한 애정을 표현하는데 인색했던 자신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버지의 사랑은 배워왔듯이 멀리서 지며보는 데서 더 나아가 마음을 담아 직접 표현해야 와 닿고 더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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