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부근에 있는 중앙도서관 현관에 전시된 군포 출신 문인들의 시와 수필을 읽었습니다. 오늘 도서관 가는 길에 알룩달룩 낙엽이 피크인 길을 걸어서 인지 조병무 시인의 '낙엽이 떨어지는 길'이란 시가 와 닿았습니다.
1. 낙엽이 떨어지는 길
물든 나무 아래 서성이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노랑 은행잎 줄기 붙들고 하늘 쳐다보고
빨간 단풍잎 만지면서
가슴 어루만지는 사이
사르르 낙엽은
저 머언 거리만큼 달려가 버리고 없다
멍한 눈으로
멀어져 버린 저 사람 앞으로
멈추어 서 버린 한 마리 다람쥐
히죽희죽 웃으며 익살을 부리는데
낙엽속 파묻힌 도토리 한 알 꺼내며
에~라 먹어라
집어 던지는 사이
온통 세상 바닥
단풍잎 낙엽으로 물들어 버렸구나
2. 숲과의 만남 (조병무 시)
아래는 현대문학 2008년 9월호에 게재된 조병무 시인의 '숲과의 만남'이라는 시입니다. 80대의 조시인은 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 등을 거치면서 평론가, 수필도 썼습니다. 서울에서 산본 수리산 기슭 아파트로 이사와서 수리산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마음 아픈 사람들아
떠돌지 말고 찾아가자 숲으로
숲속 긴 오솔길에는
다람쥐 넘나드는
울창한 나무들이 있고
하늘 덮은 큰 잎 사이로
햇빛 실오라기 치렁치렁 넘치는
따뜻한 손길이 멈추는 곳
그 곳 숲으로 가자
더러는 길섶에 움츠린
청개구리 눈 마주칠 때
부끄러워 외면하지 말고
마주 보며 웃어 주어라
넝쿨 위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 열매라도 보았다면
넉넉한 마음으로
입맞추어 주어라
굴참나무 밑에
자란 풀섶 옆으로
산비둘기 구구구
먹이 쪼고 있다면
목례라도 해 주어라
기름 끼 흐르는
긴 예복 입고 껑출껑충
거리는 산까치를 만나면
추억 어린 친구 찾은 듯
손이라도 흔들어 주어라
흐르는 물소리 들리면
열어 보아라 아픈 마음을
녹아내리는 소리 들리리니
숲의 향기를 마시리라
그러면 숲은 말하리라
떠돌지 말고 찾아오라
숲으로 오라고
3. 결
숲과 산을 사랑하는 시인은 바로 집앞 500m의 수리산을 매일 아침 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숲을 만나게 되고 숲을 만나 그 속의 나무와 청개구리, 다람쥐, 물소리와 친근해 집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찬 숲속을 거닐다 보면 숲과 하나가 됩니다. 내가 숲인지 숲이 나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는 숲과의 만남 시집에 실린 10여 편의 그의 숲속 이야기에 빠져 시인과 같이 수리산 산보를 다녀 왔습니다. 그의 시 중 '나무가 자라면서', '숲의 마음' 시도 읽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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