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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인 이근배 시인의 '살다가 보면' 시집에서 '들꽃' 과 '억새' 시 두 편을 읽어 보았습니다.
1. 들꽃
이름을 가진 것이
이름 없는 것이 되어
이름 없어야 할 것이
이름을 가진 것이 되어
길가에 나와 앉았다
꼭 살아야 할 까닭도
목숨에 딸린 애련 같은 거 하나 없이
하늘을 바라보다가
물들다가
바람에 살을 부비다가
외롭다가
잠시 이승에 댕겼다가 꺼진
반딧불처럼
고개를 떨군다
뉘엿뉘엿 지는 세월속으로만.
2. 억새
내가 사랑하는 것 죄다
아파하는 것 죄다
슬퍼하는 것 죄다
바람인 것 죄다
강물인 것 죄다
노을인 것 죄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 죄다
죄다 죄다 죄다
너는 버리고 있구나
흰 머리 물들일 줄도 모르고
빈 하늘만 이고 서 있구나
돌아가는 길
내가보고 있구나.
3. 소감
시인은 시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인류가 시를 처음 가진 날부터 끊임없이 묻고 답하였을 이 화두에 시인은 "사람의 생각이 우주의 자장을 뚫고 만물의 언어를 깨내는 일"이라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어차피 시를 가르키는 말은 허사일 뿐 그 적확한 풀이는 한 편 한 편의 시가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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