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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억새 - 이근배 시

by 선라이저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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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인 이근배 시인의 '살다가 보면' 시집에서 '들꽃' 과 '억새' 시 두 편을 읽어 보았습니다.

 

1. 들꽃 

 

 이름을 가진 것이

 이름 없는 것이 되어

 이름 없어야 할 것이

 이름을 가진 것이 되어

 길가에 나와 앉았다

 

 꼭 살아야 할 까닭도

 목숨에 딸린 애련 같은 거 하나 없이

 하늘을 바라보다가

 물들다가

 바람에 살을 부비다가

 외롭다가

 잠시 이승에   댕겼다가 꺼진

 반딧불처럼

 고개를 떨군다

 뉘엿뉘엿 지는 세월속으로만.

 

2. 억새

 

 내가 사랑하는 것 죄다

 아파하는 것 죄다

 슬퍼하는 것 죄다

 바람인 것 죄다

 강물인 것 죄다

 노을인 것 죄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 죄다

 죄다 죄다 죄다

 

 너는 버리고 있구나

 

 흰 머리 물들일 줄도 모르고

 빈 하늘만 이고 서 있구나

 

 돌아가는 길

 내가보고 있구나.

 

이근배, 살다가 보면 시집
이근배, 살다가 보면 시집

 

3. 소감

 

   시인은 시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인류가 시를 처음 가진 날부터 끊임없이 묻고 답하였을 이 화두에 시인은 "사람의 생각이 우주의 자장을 뚫고 만물의 언어를 깨내는 일"이라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어차피 시를 가르키는 말은 허사일 뿐 그 적확한 풀이는 한 편 한 편의 시가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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