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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박현태 시)

by 선라이저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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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도서관에서 읽은 박현태 시인의 시 두 편을 소개합니다.

 

1. 마음의 집

 

 마음으로 집을 짓는다

 마음의 집은 마음 혼자 짓는다

 목수도 조력자도 없이 마음대로 짓는다

 밤새 짓고 헐고,헐고 지어도

 마음 외의 재료는 들지 않는다

 착공도 준공도/ 크게도 작게도 제 맘이고

 우주를 정원으로 삼거나

 세계를 몽땅 집어 넣어도/ 비좁거나 넘치지 않으며

 젖고 마르는 데도

 계절에 눈치없이 마음대로다

 하룻밤 새 수 천 채를 짓고 허물어도

 대역도 조력자도 두지 않는다

 다만 마음이 짓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심함이고

 끝내

 마음만이라는 걸 알게 한다.

 

2.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눈이 내린다

 

 11월 어느 날

 

 욕망을 비워낸 마음에 

 풍경 몇 개 손잡고 지나간다

 

 욕망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는데

 생의 첫 순간 탐욕이 

 어디로 가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속이다

 생각도 그렇다

 

 상선은 무심이다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꾸고

 교만과 구차함을 이겨내는 게 인격이다

 

 실눈이 내리더니 그친다

 산다는 것은 속을 비워내는 것

 스스로를 이기는 건

 욕망을 버릴 때만 가능하다

 

 

박현태 시집 마음의 집
박현태 시집 마음의 집

 

 

3. 결

 

 

  박현태 시인은 '길을 위해서' 시에서 "오는 길과 가는 길이 같기도 다르기도 해서 그는 가고 나는 온다. 그가 올 때 내가 가기도 한다. 일방통행은 길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길을 묻다' 시에서는 "길은 길일지라도 나에게 길은 내가 다닐 때만 길이더라.(중략) 사랑도 그렇고, 세상사 그렇더라"라고 합니다.

 

  마음의 집 시집의 서문에서 시인은

 

  "나에게 시는 자유다. 일상에 주어진 유한한 삶을 무한의 세계에 방목해 보는 것.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와지려는 상상. 생각과 삶에게 날개를 달아보는 것.

 

그리하여 세상의 간섭에게, 세계의 경계에게, 상상을 가로막는 계시적 율법에게, 마음의 순수를 길들이는 관습에게, 자연과의 혼연을 저해하는 문명에게, 본능이 계도 당하는 육체의 훈련에게, 우주와 시공의 초월적 신비에게, 그런 공포와 미궁에, 탐매하는 매력과 발정하는 유혹에, 절망에 방황하는 고독한 혼에게, 미지와 불가능의 도전에게 벌거벗은 생각으로 탐닉해보려는...

 

그럼에도 시에게 묻기만 할 뿐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또한 논리가 환상을 정리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꿈과 현실을 의도적으로 착각하지 않는다. 시에 영역을 두지 않으며 쓰기만 할 뿐 결과를 묻지 않는다. 내게 시는 그런 것이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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