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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독립 역사' 발표를 마치고

by 선라이저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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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20일 금요일 새벽 비바람이 몰아치는 중에 비를 뚫고 종로로 달려가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독립 역사" 주제의 조찬 포럼을 잘 마쳤다. 발표를 1시간 하고 토의시간이 1시간 이상 이어졌다. 

 

1.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다룬 책은 다섯 손가락 안으로 그만큼 관심이 낮은 나라이다. 반면 싱가포르를 다룬 책은 수십권이나 된다. 싱가포르에서 32세부터 32년간 독립 초대 수상부터 연이어 이후 후임자와 큰 아들까지 이어진 리콴유 수상이 이룬 업적이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를 2주간 준비하면서 싱가포르는 현지에서 5년간 생활한 지인의 인터뷰부터 싱가포르에 살았던 SK 주재원 부인이 쓴 책까지 10여 권을 읽었다. 그래서 이번 발표를 들은 분들이 현지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느냐고 질문도 했다. 

 

 1896년 말레이시아연방의 수도가 된 쿠알라룸푸르는 흙탕물의 합류점이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의 주석 광산 개발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나 중국계들은 중국 남부의 광동과 하이난 출신의 두 비밀결사조직과 깊은 뿌리가 있었다. 

 

 말레이시아 역사가 시작된 말라카는 포르투갈이 최초 식민지를 만든 곳으로, 네덜란드가 이어 개척했으며 결국은 영국이 최종적으로 식민 지배를 한 곳이다. 영국은 강하게 버티는 네덜란드를 피해 레플스의 주도로 5000명의 버려진 섬 싱가포르를 신도시로 만들었고 결국 두 나라는 타협해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말레시아는 영국이 지배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의 북동쪽 4개주는 시암 왕국이 20세기 초까지 지배하였고 영국이 태국의 철도 부설을 미끼로 매수하였지만 일본이 진주만 공격 바로 전에 쳐들어올 만큼 방어에 가장 취약한 곳이었다. 영국 해군의 이러한 비밀 정보를 독일 정보부가 도중에 가로채 일본에 전달해 일본이 이를 이용했다고 한다. 영국의 싱가포르 방어는 대부분 항구를 향해 있었다. 

 

  술탄들이 돌아가면서 왕을 하는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은 4기와 7기에 집권하였는데, 초기에는 Look East정책을 추진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 모형을 추구했다. 2기에는 IMF 위기를 맞아 환율을 변동하지 않고 긴급 구제를 실행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말레이시아 초대 수상인 라만의 합병 제안을 받아 들여 말레이시아 연방이 된 후 3년이 안되어 다시 연방을 탈퇴(축출)해야 하는 리콴유의 3분에 걸친 눈물을 흘리는 인터뷰는 사람들을 아침부터 감동시켰다. 유튜브를 틀자 마자 '우는 거 아냐'는 말대로 두어 번 눈물을 닦는 장면이 나왔다.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시간이 흘렀어도 감동을 느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싱가포르에서 생활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싱가포르의 국경일 마다 아직도 이 장면을 방영한다고 한다. 이슬람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버릴 때 탈락(이혼하자)를 세 번 외치면 끝이라고 한다. 리콴유의 자서전에는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를 이처럼 버렸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의 부미푸트라(말레이계 우대정책. 토지의 자손이라는 뜻)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가장 큰 갈등의 뿌리였다. 2020년에 들어서도 말레이시아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도 여전히 이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중국계는 25%정도인데, 싱가포르에서는 75%이다. 중국계는 대도시에 주로 산다. 

 

2. 여전히 미해결인 두 나라의 물 문제

 

 물을 전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의존해온 싱가포르는 수도시설을 돈을 들여 물을 말레이시아에서 사서 쓰고 있다. 하지만 2060년이 만기인 물 계약은 이후 연장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곳곳에 저수지를 만들고(15% 목표) 사용한 물을 리사이클링하고(55%) 바닷물을 다시 담수화하는(30%)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분 만에 입국가능한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1분 만에 입국이 가능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3. Q&A

 

 발표 후 바로 1시간 가량 열띤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싱가포르는 상속세, 증여세, 배당소득세가 0%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5%이다. 청중 중 세무사는 우리나라는  상속세 등에 농특세, 교육세라는 특수목적세가 기본세율의 10%가 더 붙는다고 했다. 세금이 세수 확대 목적인지 부자 징벌 목적인지 혼선이 있다고 했다. 특목세인 교육세는 초중고에만 지원되는데 지금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에 맞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기업가는 이전에 싱가포르로 자산을 일정 부분 옮긴 분도 있었다. 홍콩이 무너지자 싱가포르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싱가포르는 개인 소득세가 원화로 소득이 5000만원 이라도 4%, 8000만원이라면 6%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최고세율이 49.5%이다. 싱가포르의 법인세도 최고 세율이 17%였다. 이러면 세금이 잘 걷어지는가 질문이 있었다. 4,200개의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몰린 싱가포르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자유무역항을 시도했듯이 지금도 세수에 문제가 없다. 

 

 싱가포르 동쪽에 있는 창이공항을 들어갈 때 1분이면 바로 통과하듯이 입국에 전혀 장벽이 없다는 점도 놀라왔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가려면 각종 규제와 제한을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다. 

 

 독재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싱가포르는 사회주의를 지향했지만 중국의 발전을 좀 먹는 9,500만명 공산당의 내부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공무원 급여를 대폭 높이는 등 엄격히 통제를 해서 차별화를 꾀했다. 공무원은 대학에서 인문 계열 출신자를 뽑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돈과 자녀 교육을 유달리 중시하는 중국 문화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중국계에 자리잡고 있지만 두 나라의 사정은 완전 다르다. 돈을 꽉 쥐고 있는 말레이시아 중국계는 자신들에 대한 차별 정책에 참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많이 떠나고 있다. 이게 말레이시아의 한계이기도 하다. 

 

 PS : Q&A 시간이 오래 걸렸음에도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마치고 나서 여러 명이 찾아와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나도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역시 가르치는 것이 힘들지만 가장 좋은 배움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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