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바닷가 민박집, 여행 - 이생진 시

by 선라이저 2023. 2. 23.
반응형

  2023년 구정 때 혼자서 고향 바닷가를 걷다가 발이 멈춘 곳이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이었습니다. 성산포 시인으로 불리는 이생진 시인의 시를 읽다가 바다 냄새가 확 다가왔습니다. 

 

 1. 바닷가 민박집 - 이생진 시 

 

  바닷가 민박집

  여기다 배낭을 내려놓고

  라면 상자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커피 한 잔 옆에 놨다

  오른쪽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건 거창하게도

  내 인생 철학이다

  철학이 없어도 되는데

  80이 넘도록 철악도 없이 산다고 할까봐

  체면상 내건 현수막이다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인사동에 모인 젊은 친구들이

 낙원호프집에서 부르는 구호가 이거다

 그런데 이 민박집에서는 진짜 바다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호프집보다 민박집이 좋다

 바다는 누가 보든 말든 제 열정에 취해 여기까지 뛰어든다

 그 모습이 나만 보고 달려오는 것 같아 반갑다

 다시 돌아갈 때는 모든 이별을

 한꺼번에 당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바다가 창밖에 있으니

 보호자 옆에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2. 여행 - 이생진 시

 

여행이란 심심하기 위해 하는 거

그걸 따지지 않는 사람일수록 여행은 흑자다

 혼자 출발한 사람이

 둘이 돌아왔을 경우 실패한 여행일까

 성공한 여행일까

 혼자 출발해서 혼자 돌아와야

 다음 여행도 혼자 할 수 있다

 혼자하는 여행에 열매가 많다

 

기장 죽성 바닷가
기장 죽성 바닷가

 

3. 소감

 

 

 이생진 시인은 192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 보성중 교직을 끝으로 평생을 바다와 섬을 떠돌며 시를 써왔습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로 널리 알려 졌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