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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구정 때 혼자서 고향 바닷가를 걷다가 발이 멈춘 곳이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이었습니다. 성산포 시인으로 불리는 이생진 시인의 시를 읽다가 바다 냄새가 확 다가왔습니다.
1. 바닷가 민박집 - 이생진 시
바닷가 민박집
여기다 배낭을 내려놓고
라면 상자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커피 한 잔 옆에 놨다
오른쪽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이건 거창하게도
내 인생 철학이다
철학이 없어도 되는데
80이 넘도록 철악도 없이 산다고 할까봐
체면상 내건 현수막이다
'바다가 보이면 됐어'
인사동에 모인 젊은 친구들이
낙원호프집에서 부르는 구호가 이거다
그런데 이 민박집에서는 진짜 바다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호프집보다 민박집이 좋다
바다는 누가 보든 말든 제 열정에 취해 여기까지 뛰어든다
그 모습이 나만 보고 달려오는 것 같아 반갑다
다시 돌아갈 때는 모든 이별을
한꺼번에 당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바다가 창밖에 있으니
보호자 옆에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2. 여행 - 이생진 시
여행이란 심심하기 위해 하는 거
그걸 따지지 않는 사람일수록 여행은 흑자다
혼자 출발한 사람이
둘이 돌아왔을 경우 실패한 여행일까
성공한 여행일까
혼자 출발해서 혼자 돌아와야
다음 여행도 혼자 할 수 있다
혼자하는 여행에 열매가 많다
3. 소감
이생진 시인은 192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 보성중 교직을 끝으로 평생을 바다와 섬을 떠돌며 시를 써왔습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로 널리 알려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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