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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가세(가장자리)에서 - 이상욱

by 선라이저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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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수리산 기슭에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라떼를 한 잔 하며 아바타2 영화의 고래 때문인지 고래가 생각나 대림대 이상욱 교수(시인, 국제우드볼연맹 부회장)의 인생총량의 법칙 시집을 꺼냈습니다.

 

  그제 모임에서 울산농협지역본부장을 하셨던 선배가 울산 북구 뿐만 아니라 동구 바닷가에도 미역이 난다는 이야기에 울산 앞바다 고래가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1. 반구대* 가세에서

 

 동해를 수조에 담아 아쉬움 남기고 떠났네

 물살 흔적 사라진 그 자리에 그리움 가득

 너의 마지막 모습 아직 아프고 또 아리네

 함께 했던 가버린 시간 찾게 해 주소서

 

기다림에 지쳐 그 자리 찾아가네

그리운 바다 맴돌다 맴돌다 돌아가네

 

어디로 떠났는지 너의 모습 찾을 수 없어

선바위 반구대 뭍이 되어버린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라 간절하게 기도하였네

사무친 울음 그치고 우리를 용서하소서

 

기다림에 지쳐 그 자리 찾아가네

그리운 바다 맴돌다 맴돌다 돌아가네

 

태화강 물 맑아지니 강새우 날치 돌아와 반기고

반구대 가세에서 한 숨 쉴 수 있게 되었네

아라비아 뱃길로 처용과 함께 돌아오리라

천 년의 그 약속 이제 지킬 수 있게 되었네

 

기다림에 지쳐 그 자리 찾아가네

그리운 바다 맴돌다 맴돌다 돌아가네

 

 

 * 반구대 고래 암각화는 국보 285호로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 234-1에 있습니다.

울산KTX 역에서 14km 거리(자동차로 19분)입니다. 

 

2. 꽃이 핀다는 것

 

피어 있는 꽃이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피워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핀 어떤 꽃이라도

그리 쉽게 피어나지 못하였으리라

 

사는 것도 고통이고

죽는 것도 고통이다

 

살아가는 것은 너의 것이요

살아내는 힘도 온전히 너의 것이다

 

살갗을 파고드는  엄혹한 추위에도

몽우리 틔워내야 할 숙명을 가진 너는

그리도 힘들게 피어나야 했었지

 

네가 그렇게 견디어 낸 시간을 안다

네가 그렇게 피우려다 말라버린

수많은 잎새의 아픔을 나는 기억하노니

 

힘들어도 피어나가라

꼭 피워나야 한다

 

그리해야 내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다

긴절한 너의 손을 잡아 주리라

 

고통스럽게 스스로 피워냈기에

그대가 아름다운 것이다

 

 

 어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되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다들 '물이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 학생이 '봄이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언제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옵니다.

 

 

인생총량의 법칙 이상욱 시집
인생총량의 법칙 이상욱 시집

 

3. 그리운 용잠

 

 어릴 적 모든 기억을 간직한 곳

 그곳에 가고 싶다

 

 어부들의 일터 해변도

 농부들의 일터 논두렁 밭두렁도

 봄꽃 피어나는 산내들 모두

 철부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멸치부터 고래까지 잡던 곳

 태고의 유전자로 전수된

 최고의 사냥 기술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산업화의 물결에 삼켜져 사라졌다

 

순박한 용잠 사람들

뿔뿔이 흩어져 실향민이 되었지만

우주인들이 나타난 부락을 그리워했다

 

용잠 사람들

하루의 시작은 

동이 트기도 전에

물 본 고깃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누구 배가 먼저 들어오나

밤새 출출해진 허기는 새벽공기로 채웠다

 

봄날은 갔다

온정과 사랑으로 차오르던

그리운 나의 고향 용잠

마음은 아직도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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