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매주 토요일은 시 감상을 해 보고자 합니다.
첫 시간은 일산에 사는 공광규 시인의 '얼굴 반찬'입니다. 공광규 시인은 2009년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을 비롯해 2010년 김만중 문학상 시부문 금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1. 시의 배경
예전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한 집에 모여 살았습니다.
먼 친척들도 찾아와 식사를 같이 하곤 하였지요.
이웃과의 왕래도 잦아서 서로 자기 집 드나들듯이 오가며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점점 뵨하면서 핵가족화되고, 이웃과의 단절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가족도 방문을 닫고 식사시간에 맞춰 같은 식탁에 앉아 밥 한끼 먹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혼밥은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 잡았고,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래 공광규 시인의 시 '얼굴 반찬'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뭔가를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2. 얼굴 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잇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종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이 재미라는 영영가가 없습니다
3. 결
'시 쓰는 일은 내 자신을 수정하고 가다듬는 일'이라는 공광규 시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맑은 슬픔' 시를 비롯해 쇠고기 국에 얽힌 모자간의 교감을 이야기하는 '별국' 시가 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인입니다.
그의 '얼굴 반찬' 시는 두어가지 반찬을 앞에 두고 많은 식구들이 오손도손 몰려 들었던 옛 대가족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입니다.
저는 블로그를 하시는 분은 공광규 시인이 쓴 '시 창작 수업'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1부 창작 원리(이론적 접근), 2부 창작 실천(제재적 접근)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어떻게 쓰야 할지를, 2부는 무엇을 쓰야 할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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