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멀리가는 물'이라는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1.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때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물과 만나며
그만 그기 멈추어버리는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끼리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얺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2. 도종환 시인의 물 시리즈
도종환 시인은 흔릴리며 피는 꽃 시집(2012.8.14.)에서 고요한 물, 깊은 물, 맑은 물, 멀리 가는 물 시를 썼습니다.
고요한 물 / 도종환
고요한 물이라야 고요한 얼굴이 비추인다
흐르는 물에는 흐르는 모습만이 보인다
굽이치는 물줄기에는 굽이치는 마음이 나타난다
당신도 가끔은 고요한 얼굴을 만나는가
고요한 물 앞에 멈추어 가끔은 깊어 지는가
깊은 물 /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이 쫒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다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맑은 물 / 도종환
맑은 물은 있는 그대로를 되비쳐준다
만산에 꽃이 피는 날 산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잎 하나 남지 않고 모조리 산을 등지는 가을날은
쓸쓸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푸른 잎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은 돌아오는 모습 그대로
새들이 떠나는 날은 떠나는 모습 그대로
더 화려하지도 않게 더 쓸쓸하지도 않게 보여준다
더 많이 들뜨지 않고 구태여 더 미워하지도 않는다
당신도 그런 맑은 물이 고이는 날 있었던가
가을 오고 겨울 가는 수많은 밤이 간 뒤
오히려 더욱 맑게 고이는 그대 모습 만나지 않았던가
3. 소감
옛부터 선인들은 물은 최고의 선(상선약수)이라 했습니다. 남을 이해한다(understand)는 말도 물처럼 남보다 낮게 자세를 취해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일본의 네모토마사루 박사는 영하 5도 상태의 물 결정체들을 연구하여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각국의 글을 보여주고 말을 걸고 음악을 들려주면서 물의 반응을 관찰했는데, 그 결과 '사랑, 감사'의 글을 보여 주었을 때 물 결정체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왔다고 합니다.
사람도 70%가 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칭찬이 중요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고요한 물, 깊은 물, 맑은 물, 멀리가는 물은 우리가 어떤 물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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