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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철 시인의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시를 읽어 보았습니다.
1.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 박철 시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다시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에 지나다가 문 밖 동구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치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섭을 보았다
어느 한 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속 깊은 곳에서 쑥국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 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2. 소감
이 시에서는 시인의 일상생활속 시적 감각이 엿보입니다. 시인 같은 삶을 산다는 느낌입니다.
남편을 어찌할 수 없는 아내의 정경이 그려집니다.
시인의 마음 속은 뚫린 하수구와 달리 세상으로의 출구가 여전히 뚫리지 못한 채입니다.
그럼에도 삶은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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