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교수의 10년 주기 저서인 '삶의 정도' 책 속에서 매의 사냥법이자 전투기들의 공중전 요격 방법인 우회축적의 생존법을 알아 보았습니다.
1. 매의 사냥법
예로부터 매는 사냥을 잘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냥을 잘하는 매의 지혜는 무엇일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작가 파울 하이제는 '매의 이론'이라는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잔잔히 흐르던 물이 어느 지점에 와서 폭포수처럼 급강하 하듯이, 돌변하는 흐름법을 하이제는 '매의 이론'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이론은 매가 먹이를 사냥할 때 소요되는 '시간의 최소화' 전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사냥에 소요되는 시간의 최소화는 사냥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매는 수킬로미터 상공을 날면서 지상의 사냥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는 높은 하늘을 맴돌다가 지상에 있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를 향해 직진하지 않고 먼저 수직에 가까운(급전직하) 방향으로 낙하합니다. 이렇게 수직낙하를 하는 동안 지구의 중력가속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받아 속도를 높인 뒤 먹이를 향해 수평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낚아채는 전략이 매의 사냥지혜입니다.
조류학자들에 의하면, 매가 직진할 경우의 최대속도는 시속 168km인데, 중력가속도로 증강된 후의 속도는 시속 320km입니다. 우리가 새마을호를 타고 가다가 KTX로 갈아타고 갈 때의 느낌입니다.
2. 공중전에서 적기를 요격하는 방법
이러한 매의 지혜는 오늘날 공군 전투기 사이의 공중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A국 전투기가 B국 전투기를 뒤에서 요격하려 할 때, 서로 속도가 비슷하여 요격이 어려우면 A국 전투기가 수직방향으로 활강하면서 중력가속도를 활용하여 속도를 높인 후 그 속도(운동에너지)의 힘으로 다시 치솟으면서 B국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번의 시도로 부족하면 같은 방식을 몇 번 되풀이하면서 앞서가는 B국 전투기를 추격할 수 있습니다. 이 전법은 매가 사냥감을 낚아채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3. 결 : 우회축적 전략
앞서 글에서 윤석철 교수가 이야기한 목적함수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최단거리(직선)를 버리고 더 효율적인 길(우회로)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수단매체를 축적하는 우회축적이 필요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가 한국 축구팀을 훈련시킨 과정이 우회축적의 방법입니다. 히딩크는 세계 정상 팀과 싸우려면 기초 체력이 세계 정상급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초체력 전문가인 레이몬드를 유럽에서 초빙하여 처음 1년 동안 집중적으로 기초 체력을 쌓았습니다.
기초체력을 구축하는 우회축적 기간 동안 다른 훈련은 하지 못했고 국제경기에서 한국 팀은 번번히 5:0 등 큰 점수 차이로 패했습니다. 우회축적의 신념이 있었기에 히딩크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1년에 걸친 훈련기간은 엄했고, 설정된 체력의 기준치에 미달하는 선수는 유명세에 관계없이 모두 도태시켰습니다.
선수단의 기초체력이 목표치에 도달하자 한국 팀은 기술과 전술훈련에 매진했고, 드디어 우회축적의 능력을 발산하면서 월드컵 4강에 올랐던 것입니다.
손흥님 부친의 손웅정 씨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출발한다' 책에서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고 합니다. 손웅정씨는 "나무를 벨 시간이 6시간 주어진다면 4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하하는 사람들고 있지만 그 기본기야 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효율성을 지녔습니다. 더 빨리 해 보겠다고 무닌 도끼날로 백날 나무를 베어봐야 힘만 빠지고 시간만 낭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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