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말에 선배 자제의 결혼식에 다녀 왔습니다. 전 직장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니 화제가 자녀의 결혼 관련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제가 애장하는 양순자씨의 책 속에 나와있는 '결혼공식'을 찾아서 다시 보았습니다.
1. 식모나 머슴 될 생각 없으면 결혼 하지 마
내가 10년간 연습을 하다가 이혼을 했으니까 뭐 때문에 결혼이 불행해지는 지는 압니다. 화재가 나면 119가 와서 불을 꺼주지만 사랑의 불길은 가만 있어도 그냥 꺼집니다. 사랑의 불꽃이 꺼지면 그 때부터 안 보이던 결점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을 오래해야 그게 진짜 사랑입니다. 오래 사랑하는게 공짜로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럼 뭘 준비해야 할까요? 마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남자는 머슴될 마음, 여자는 식모될 마음입니다.
머슴이 하는 일은 어떡하든 부지런히 농사지어서 한 톨이라도 더 거두어서 창고에 쟁여 넣어야 합니다. 지붕의 구멍은 안 뚫렸나, 농사지을 연장들은 휘지는 않았나 늘 살피는 것입니다. 밤중에 들어온 식구들 확인하고 대문을 걸어 잠그는 일도,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도, 손님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달려나가 맞이하는 것도 머슴의 몫입니다. 말하지면 집안의 파수꾼입니다.
식모의 몫은 뭘까요? 머슴이 든든하게 기반을 다져 놓으면 그 위에 평화와 부드러움의 숨결을 불어넣는 게 식모의 일입니다. 머슴이나 식모될 마음이 없으면 결혼하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집안에서 흔한 왕자나 공주는 머슴이나 식모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불꽃이 꺼지면 싸움질 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머슴이나 식모가 되면 잘 삽니다.
2. 결혼할 때는 한가지 주제만 생각해
결혼할 때는 내가 왜 결혼을 하는가, 내 결혼의 주제는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글쓰기 처럼 결혼도 주제를 하나만 가지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사랑이면 사랑, 돈이면 돈, 자식이면 자식, 딱 하나만 생각하라는 겁니다. 결정적인 것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지켜지면 계속 가는 겁니다.
내가 서울구치소에서 교화위원으로 활동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들 "내가 많은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면서 많은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나는 "딱 한 사람이라도 내 말이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내가 가장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려고 하는 겁니다. 이것 저것 많은 바람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가는 게 훨씬 더 행복해지기 수월해 집니다.
3. 결
결혼을 할 때는 상대방이 서로 내가 안 가진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커 보일 때라고 하는 것을 오래 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식당에 가도 음식맛이면 음식맛, 분위기면 분위기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가면 식사가 즐거워지듯이 결혼도 하나의 주제만 계속 갖고 가라는 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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