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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친족 간에는 모두 촌수가 있지만 부부 사이에는 촌수가 없습니다. 무촌입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는 관계입니다.
일요일 저녁에 함민복 시인이 쓴 '부부'라는 시을 읽어 봅니다.
1. 부부 (함민복 시)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았어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2. 결
우리나라에 가정법률사무소를 창설한 이태영 변호사는, 예전의 부부는 남편이라는 커다란 원 하나가 있고 그 옆에 아내라는 작은 원 하나가 붙어서 가는 형태였다면, 오늘날의 부부는 크기가 같은 두 개의 원이 서로 합하여 더 큰 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부부란 긴 상을 앞뒤에서 들고 가는 두 사람입니다. 서로 뜻을 맞추어서 '한 발 또 한 발' 높낮이도 발걸음도 잘 맞추고 서로를 배려하며 상대방을 잘 살피며 걸어야 합니다. 이러한 발맞추기가 있어야 둘이 합하여 둘 만큼의 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확장하는 사랑의 원 그리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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