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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떨어뜨린 겨울나무는 머클레스족 인디언이다 - 정호정 시

by 선라이저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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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70대에 시를 쓰기 시작한 정호정 시인의 '잎을 떨어뜨린 겨울나무는 머클레스족 인디언이다' 산문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1. 잎을 떨어뜨린 겨울나무는 머클레스족 인디언이다 - 정호정 시

 

   미개한 머클래스족 인디언들은 매년 '버스크'라는 '허물을 벗는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미리 새 옷과 새 가재도구 햇곡식과 새 식료품들을 마련해 놓고, 헌 옷과 헌 가재도구와 먹다 남은 곡식과 식료품들 그리고 청소한 모든 쓰레기들을 모아 불사른다고 한다. 사흘 동안 단식을 한 후에 새 불씨를 얻어 새 불을 피운다고 한다.

 

  잎을 떨어뜨린 겨울 나뭇가지는 머클래스족 인디언이다. 미리 새 꽃눈과 새 잎눈을 비늘잎에 꼭꼭 숨겨놓고 '버스트'를 치른 후에 사흘이 아니라 긴 겨울을 혹한에 떨면서 깊이 참회하는 것이다.

 

  나도 한 번 '버스크'라는 의식을 치르고 싶다. 나의 과오가 얼룩진 누더기와 나의 허영을 담았던 가재도구와 나의 욕심을 살찌운 곡식과 양념들 그리고 나의 둘레를 청소한 쓰레기들을 모아 불싸르고 싶다. 잎을 떨어뜨린 겨울 나뭇가지처럼 긴 겨울 혹한에 떨면서 깊이깊이 참회하고 싶다.

 

겨울의 아메리칸 인디언 하우스
겨울의 아메리칸 인디언 하우스

 

 

2. 소감

 

 

 우리 집앞 생태공원 산책길의 여름 내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떡갈나무도 여름 내내 노란 손수건을 흔들던 가로수 은행나무도 겨울 속에 나목으로 묵언수행중입니다. 참회 중입니다.

 

 미개하다고, 가난하다고, 혹은 다른 이유로 우리가 무시하고 인정해 주지 않는 인디언들도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참 나를 찾기 위해, 지난 잘못을 씻어내기 위해  매년 그들만의 의식을 치릅니다.

 

 이 겨울 혹한에 맨몸으로 하늘을 향해 있는 저 나무들처럼 나도 아무쪼록 혹한속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고 참회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보이는 것만 불태울 것이 아니라, 단식으로 내장 속에 낀 오물까지 다 비워내고 새롭게 태어나서 다시 새롭게 살아가기를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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