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덕수궁 돌담길 이화여고 옆에 SK 지인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 참석자 중 일부는 미리 오후 3시에 서울시청 앞 덕수궁 대한문에서 만나 덕수궁 역사 기행을 했다.
역사 기행 일정을 만든 사람은 일행 중 퇴직 후 정원을 만드는 전문가로 변신해, 덕수궁의 건축과 식물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하나씩 더하니 덕수궁 기행 2시간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1. 덕수궁 건축물
덕수궁에서 서울시청 방향으로 두 명이 창을 들고 문을 지키고 있는 대한문(大漢門)은 덕수궁의 정문으로 大漢은 한양이 장대해 진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大韓은 한국이 장대해 진다는 뜻이다.
고종이 서양식으로 지은 석조전의 기둥 위 삼각형 정면에는 오얏(자두) 무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석조전 바로 옆에 있는 현대미술관 정문 옆에는 오래된 자두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이씨 성으로 李는 오얏(자두)나무이다. 그래서 오얏나무 꽃 문양을 하고 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 고쳐매지 마라'의 오얏나무도 자두나무이다.
석어당(昔御堂)은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주로 사용하였고 옛날 임금의 집이라는 뜻이 있다. 또한 석어당은 광해군에게 유폐 당해 석어당에 갇혀 지냈던 인목대비가 인조 반정으로 복권하여 광해군에게 무릎 꿇리고 죄를 묻던 곳이기도 하다. 석어당 옆의 즉조당은 인조가 즉조(즉위)한 곳이다.
정관헌은 1900년에 세워진 건축물로 로마네스크 양식에 한국의 전통양식이 더해진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 곳은 당초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연회를 열고 음악을 감상하는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실제로는 왕실의 어진(초상화)과 국세나 어보 등 귀중품을 모아두는 수장고로 기능을 했다. 정관헌 앞의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라고 해서 보니 다산의 상징인 박쥐가 둘러싸고 있었다.
2. 덕수궁의 식물들
덕수궁에는 입구에서 현대미술관까지 길목에 오랜 된 은행나무들이 많고 현대미술관 부근에는 오래된 주목나무가 한 그루 있다. 주목은 나무 기둥이 붉어 朱木이라고 한다. 덕수궁에는 300년이 넘은 회화나무가 2그루, 현대미술관 부근과 덕수궁 뒤편의 성공회와 영국대사관 담쪽에 심어져 있었다.
석조전 앞에는 엄청난 크기의 배롱나무(백일홍나무) 꽃이 여름 정취를 빛내고 있었다. 투어 중에 석조전 앞에는 마침 궁중의 전통음악 연주를 리허설하고 있어 참 듣기 좋았다.
정관헌 앞에는 싸리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있다. 정원 전문가는 예날에 회초리를 만들어 쓰던 것이라고 했다.
정관헌 앞에는 다년생 야생화인 범부채 꽃도 있었다. 해로운 기운을 쫓는 상징으로 여긴다고 한다.
석어당 앞에는 살구나무가 있는데 봄에 꽃이 피면 이 때 꽃을 보러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고종이 러시아대사관으로 아관파천을 한, 덕수궁 후문에서 고종의 길로 나가는 곳에는 곳에는 가시칠엽수가 심어져 있었다. 이 나무는 열매에 가시가 있고 잎이 7장이어서 가시칠엽수라고 한다. 흔히 프랑스의 이름인 '마로니에'라고 부른다. 100년 전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 결
지금까지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는 덕수궁 투어는 보통 30분~1시간 정도 주만간산으로 걷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역사 기행은 비로소 가까이 있어도 보이지 않던 것이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전문가가 옆에 있으니 건축물이나 나무나 식물이나 어떤 것을 보아야 하는지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누구나 교학상장이다. 제대로된 공부만이 눈앞의 사물에 눈을 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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