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두 딸이 성수역 부근 팝업 공간인 XYZ 서울(지그재그)을 간다고 하기에 우리 부부는 당초 일정을 바꾸어 같이 나섰습니다. 여기서 성수동을 처음 가본 제가 보고 느낀 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XYZ 서울 팝업 행사
2호선 성수역 부근에는 여러 기업의 브랜드 상품을 모아 3~10일 등 단기간에 샘플 제공 등 판촉을 하는 팝업 공간이 큰 곳만 5~6개가 있었습니다. XYZ 서울에서는 지그재그라는 회사가 중소기업의 화장품 팝업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9시에 도착해 보니 50~60명의 20대 여성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10시가 되니 300~400명이 줄을 섰습니다. 200명이 넘는 사람이 온라인 예약이 미리 있었고 추가로 현장 인증까지 받았으나 도중에 인증의 온라인 보안이 뚫려 들어온 사람들로 혼선이 생겼고 2시 넘어 겨우 두 딸은 입장을 했고 2시간 동안 팝업에 참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몇 번이나 가보고 싶었던 성수동을 하루 동안 자세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카카오T에서 성수역 주변 건물 주차장을 하루 종일 1만원에 빌려주는 것이 있어 이를 이용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이미 다 찼고 해서 교원물류센터 지하 3층을 이용했습니다.
10시가 넘어 '소문난 성수감자탕'이라는 곳을 찾아 갔습니다. 금방 손님이 자리를 다 찼고 감자탕을 먹어보니 1983년부터 자리를 잡아 2016년에 백종원이 3대 천왕으로 인정한 맛난 곳이었습니다. 식사 후에 성수역 바로 옆의 올리브영 지하 1층에 있는 150평이 훨씬 넘는 넓은 공간의 에어드랍 커피 성수점에서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쭉 뻗어 쉬면서 커피를 한 잔 하였습니다.
성수동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줄을 서는 '자연도소금빵'에서 소금빵을 사서 먹어 보고 무신사 슈즈 페스티벌 팝업 행사(4/10~13)에도 참가해 보았습니다. 과거 대림제지의 창고를 도시재생을 한 대림창고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했습니다.
두 딸은 두시간 동안 지그재그 팝업 행사에 참가해 시가 10~15만원의 화장품을 받아 왔습니다.
2. 성수동의 도시재생사업
성수동에는 2010년대 후반 서울에서 가장 핫하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존 주거지 및 공장 건물들과 지식산업센터가 혼재되어 매력적인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토요일에 20대 젊은 사람들이 미어 터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의 모든 유통 전문 기업들도 여기저기 열심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무신사가 눈에 띄였습니다.
제가 느낀 바는 양극화였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자리를 잡아 번창했으나 올라가는 월세 등으로 장사가 안되는 곳은 다 쫒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오징어게임 팝업 같은 곳은 장사가 잘 안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아파트형 공장인 지식산업센터가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었고 또 많은 곳에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다 소화를 할 수 없는 건 상식입니다.
또한 성수동을 가보니 우리 기업들의 상품을 파는 유통 방식으로 팝업이 많았습니다. 불황에 팝업을 통해서라도 20대 고객에 판촉을 하는 중소 기업의 절실한 입장이 와 닿았습니다.
대림창고 카페를 가보니 그 넓은 공간이 100~200명 꽉 채워지고 커피나 베이커리 상품도 서비스도 잘 되고 있었습니다. 딸기우유나 커피의 맛도 좋았습니다. 역시 공간 혁신은 필요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중요하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3. 결
누구나 절실하면 통합니다. 불황에 직면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많은 판촉비용을 지불하면서 팝업을 통해서라도 유통 확대를 해 가는 모습을 팝업 스토어에 직접 참가해 보면서 눈으로 보았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산업들을 도시 재생을 통해 해결해 나가려면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존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면서 유통 산업도 보호하고 지식산업센터도 잘 되는 방안에 정부와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기업체가 머리를 모아야 합니다.
여기서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기업이 이를 부동산 사업으로만 보면 백전백패입니다. 서울을 가면서 본 과천과 안양 사이에 크게 지어진 지식산업센터가 예전에 가 보았던 서울시가 청계천 주민들을 이주시키면서 만든 문정동 상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짓기만 해서는 안되고 운용을 잘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우리는 큰 것에는 잘 합니다. 유통만 해도 전문점인 카타고리 킬러에 대한 책 조차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전문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디테일에서 문제가 쌓여 터집니다. 우리도 어떤 일이든지 디테일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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