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모닝입니다.
지인이 좋은 글을 보내주어 나눕니다.
1.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어릴 적 여름이면 엄마는 장독대에서 된장을 떠 국을 끓였다. 아들은 그 옆에 앉아 엄마의 손길을 따라가며, 된장이 국자로 퍼 올려지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국자로 된장을 뜨는 순간,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속에서 하얀 구더기 한 마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엄마! 된장에 구더기가 있어요!”
아들은 충격을 받아 소리쳤다. 된장은 늘 자기 집 밥상에 오르던 소중한 음식이었고, 마을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구더기를 본 순간, 된장이 갑자기 낯설고 불쾌하게 느껴졌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엄마는 아들의 놀란 얼굴을 보며 빙긋이 웃더니, 국자로 조심스레 구더기를 건져 내셨다. 그러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된장을 떠내기 시작하셨다.
“구더기 한 마리 때문에 된장을 못 먹으면 손해 보는 건 우리야.”
엄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아들은 아직도 혼란스러웠지만, 엄마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된장국을 끓이셨고, 그 날 저녁 식탁 위에는 여전히 구수한 된장국이 놓였다. 엄마의 권유로 한 숟갈 떠먹어 보니, 그 맛은 변함없이 깊고 진했다.
그 순간, 아들은 깨달었다. 엄마의 말은 단순히 된장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구더기 한 마리가 있다고 해서 된장 자체가 상한 것이 아닌 것처럼, 인생에서도 작은 실망이나 불편함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2. 결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실망을 겪으면 그 순간을 외면하고 관계를 끊으려 한다. 하지만 작은 불편함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정성과 가치를 쉽게 포기한다면, 결국 잃는 것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된장을 버리지 않으셨다. 단지 구더기만 건져내고, 남아 있는 된장의 깊은 맛을 지켜 내셨다. 그리고 아들은 그 모습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인생에서도 작은 결점이나 실수에 집착하기보다, 본질을 지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아들은 자신의 마음속 장독을 들여다본다. 혹시 작은 불편이나 실망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된장 속 구더기 한 마리 때문에 된장 전체를 버릴 수 없듯,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작은 문제를 지나쳐가며 소중한 인연을 지켜나겠다고 다짐해 본다.
어떤 작은 흠이나 실수가 있다고 해서 그 전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관계든, 일상이든, 우리가 쌓아온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본질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지켜 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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