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추구한 핵심가치의 세번째는 실사구시 정신입니다. 실사구시란 일을 실답게 하고 바름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1. 실용을 우선한다
다산은 "무슨 일을 하든지 알맹이가 있어야 하며, 그러자면 일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쓸모에 맞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나가 알찬 결과를 얻는 것이 실사구시다"고 했습니다.
다산은 수원 화성을 축조할 당시 문루(아래에는 출입을 하는 문을 내고 위에는 누를 지어 사방을 살피는 기능을 하는 건물) 위에 구멍을 뚫어 만든 오성지를 보고 "문루의 앞뒤로 구멍 5개를 뚫어 놓았다. 오성지는 장차 성문이 불타는 것을 막자는 것인데, 일을 맡은 신하가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만 힘을 쏟아 실용을 강구하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처음 설계 도면을 올릴 때에 세부도면에 적병들이 성문을 불태우려 할 때 성문 위에 설치한 물받이를 통해 물이 쏟아지게 하고, 높이 한 자 쯤 되는 위치에 5개의 구멍을 뚫어 적이 화공으로 나올 때 물을 쏟아 불을 끄게 하는 시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완성된 후 오성지를 보니 구멍을 뚫은 것이 겉보기만 그럴싸할 뿐 실제 쓸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방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쓰임을 생각하지 않고 관념적으로만 일을 진행한 폐단이었습니다.
2. 실상을 파악한다
실상을 파악할 때 다산이 즐겨쓴 것은 표로 작성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산은 곡산부사로 부임하자마자 침기부 종횡표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고을 아전과 군교 중에서 10명을 뽑아 마을별로 보내 호구조사를 했습니다. 보내기 전에, 만일 중간에 확인해서 사실과 다를 경우 엄히 문책하겠다고 다짐을 두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호구조사 때마다 가좌(집터의 위치와 경계)의 책자를 작성하는데 이는 번잡하고 일목요연하지 않았습니다. 다산은 이를 가로세로의 빈칸으로 구성된 종횡표를 만들고 작성지침을 하달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민의 신분과 마을에 거주 또는 이주한 기간, 생업과 부역관계, 가축사육 실태, 심지어 과수와 가마솥의 수까지 다 파악하였습니다.
이 표 한 장만 보면 그 마을의 인구구성과 빈부차, 세금과 부역에 충당할 수 있는 수, 구휼 우선대상 등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마을의 전체적인 살림살이까지 그려집니다. 호적에는 군역과 호포를 늘리기 위해 조작된 내용들이 허다한 실정이었으므로 다산의 이 침기부 종횡표의 위력은 자못 위력적이었습니다.
10명이 분담해서 작업한 지라 실제 부락별로 이와 같은 표를 만들어 정리하는 일은 시일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실제로 다산은 이 침기부를 가지고 고을의 세금수입원과 부역, 구휼대상 등 전체 실정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중에 제 지인이 15년 전에 안양시 복지조사과 팀장 시절 일목요연하게 도시의 복지자원을 표를 만들어 책자로 정리해서 대통령 보고시 다른 도시 한 곳과 같이 대통령 책상에 올라간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깔끔하게 색깔별로 자원이 정리되어 60만명 도시를 한 눈에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3. 결
다산은 일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고 합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라고 합니다.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무작정 하고 본다는 식으로는 안됩니다. 그러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둘 성과가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알맹이는 속이 꽉찬 것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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