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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2) - 서울 강북

by 선라이저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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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인 홍익대 유현준 교수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책에서 도시와 사람 중 서울 강남에 이어 꾸불꾸불한 길의 강북을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1. 층층이 퇴적된 삶의 역사, 서울 강북

 

  과거 도시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부재하였습니다. 하지만 상하수도 시설은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인 조선시대 때 주거들은 한강의 지류 하천을 따라서 형성될 수 밖에 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실개천 주변으로 주거들이 들어서고 그 옆으로 사람과 말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도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도시는 수변 공간 주변으로 빨래도 하고 상하수도 시설로 사용하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하천의 위생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동시에 자동차 도로의 확보가 도시 형성에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으로 부각되면서  하천 부지는 대부분 복개되어 도로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강북의 도로망은 많은 부분이 구불구불한 자연 하천과도 같은 모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형 간선도로가 들어서게 되면서 과거 하천 중심으로 커뮤니티의 중심권이 형성되었던 것과는 반대로 도로가 기존 커뮤니티를 나누는 문제가 대두되었고 지금까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기술적 한계와 오랜 시간의 역사가 현재 우리가 사는 공간을 규정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 소주와 포도주의 건축학

 

 좋은 건축물은 소주가 아니라 포도주와 같습니다. 소주는 공장에서 화학공식에 따라  대량 생산되는 술입니다. 소주는 생산하는 사람이나 지역의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반영되지 않고, 인간과 격리된 가치를 가지는 술입니다. 건축물에 비유하자면 찍어 내듯이 양산되는 아파트와 같은 양식에 해당됩니다. 

 

  반면 포도주는 좋은 건축물과 같습니다. 같은 종자의 포도라도 생산되는 땅의 토양에 의해서 다른 포도가 생산되고, 같은 종자의 포도라도 그 해의 기후에 따라 다른 포도가 만들어지며, 똑같은 포도라도 포도를 담그는 사람에 의해서 다른 맛이 만들어지는 게 포도주입니다. 따라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세상에서 유일한 포도주가 완성됩니다.

 

  건축도 이같이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땅 위에 특별하게 주어진 프로그램에 특별한 건축가가 개입되어서 단 하나의 디자인이 나와야 합니다. 지금처럼 지역성과 건축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TV광고로 포장된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로는 좋은 건축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제가 회사 퇴직 후 아파트하자소송을 하는 지인과 5년간 일을 하면서 본 것은 아파트를 지을 때 건설회사가 마주치는 아파트하자소송이 1세대 지하 주차장 문제에서, 2세대 엘리베이터 문제, 3세대 방화벽 문제로 진화되어 왔습니다. 건물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건축은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자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자

 

3. 결

 

   역사가 깊은 도시들은 마치 여러 장의 종이 그림들이 쌓여있는 것과 갑습니다. 따라서 도시 디자인은 쌓여있는 여러 장의 그림들을 한 장 씩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어느 부분은 지우고 어느부분은 살리면서 상호관계를 조절해 오늘의 이야기를 하는 그림을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500년이 더 된 한국의 수도 서울 역시 여러 시대에 걸쳐서 많은 이야기의 층들이 쌓여진 도시입니다. 저는 부산의 해운대구청에서 오래 전부터 도시 스토리를 만드는 담당자가 있어 도시를 잘 꾸며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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