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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바둑과 체스, 알파벳과 한자)

by 선라이저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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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엘리멘탈이라는 불과 물이 서로 어울리는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감독이 한국계 미국인인이라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잘 조화시켜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현준 건축가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을 꺼내 동양과 서양을 비교한 부분을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바둑과 체스의 공간미학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인 게임은 각각 바둑과 체스입니다.

 

  저는 인터넷 바둑으로 1~2급 정도를 둡니다. 19급으로 시작하는 바둑은 1급까지 올라가고 다시 1단에서 9단까지 올라갑니다.  바둑은 검은 돌과 흰 돌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19줄x19줄의 361개 빈 공간의 사각 귀퉁이에서 출발해 집을 짓은 게임입니다. 이 때 흰 돌과 검은 돌 하나하나의 기능은 모두 같습니다.

 

  대신에 한 사람의 돌이 상대방의 돌로 둘러싸이면 그 속에서 두 집을 만들지 못한다면 안에 있는 돌을 잃게 됩니다. 바둑게임의 규칙은 특정 바둑돌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돌의 기능이 정해 집니다. 

 

  반면에 체스는 하나하나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상대방 말들을 죽여야 이기는 게임입니다.

 

  체스의 원래 이름은 '차투랑가'입니다. 이 게임은 서기 600년 인도에서 만들어졌는데, 625년에 페르시아로 건너가게 되었고, 이후 700년에 무어족이 스페인을 침공했을 때 페르시아인에 의해 서양에 전파되어 지금의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인 체스가 된 것입니다. 체스는 본질적으로 유목 민족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입니다. 

 

  체스와 비슷한 게임으로 중국의 장기가 있는데, 장기는 날 일 자로 움직이는 말과 눈 목 자로 움직이는 코끼리, 한 칸 씩 앞으나 옆으로 움직이는 졸, 기물을 건너서 공격하는 대포,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차, 왕을 호위하는 사 등이 나와서 초나라와 한나라가 전쟁을 하는 게임입니다. 

 

  장기나 체스가 유목 사회의 전쟁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면, 바둑은 농경 사회를 문화에 기반을 둔 게임입니다. 바둑은 마치 화전민이 경작지를 넓혀 나가듯이 빈 땅을 넓히는 땅따먹기 게임입니다. 

 

 이 두게임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둑은 상대적이고 체스는 절대적인 게임입니다. 바둑은 빈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임이고, 체스는 상대방을 죽이는 게임입니다. 이러한 게임의 특징은 곧 그들의 문화적인 특징에 기인합니다.

 

 2. 알파벳과 한자

 

  편의상 유럽의 문화를 서양, 동아시아의 문화를 동양이라고 하면, 동양과 서양 두 문화의 특징은 한자와 알파벳을 비교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자는 나무 목과 한 일 자를 가지고 상대적 위치와 길이의 조합에 따라서 근본 본, 끝 말, 아닐 미 라는 다른 글자가 만들어집니다. 반면에 알파벳은 26개의 글자가 있고 이들의 순서를 바꾸어서 글자를 만듭니다. 한자가 사방으로 글자가 확장되는 반면 영어의 새로운 단어는 항상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글자의 순서만 바꾸어서 만들어집니다.

 

 알파벳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 사람들은 이처럼 기본적인 최소단위를 추구합니다. 그리스 시대의 학자들은 물, 불, 흙, 공기가 세상의 만물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과학도 항상 최소의 단위를 찾고, 원자보다 더 작은 양자의 세계까지 쪼개는 식으로 문명이 발달해 왔습니다. 알파벳 26자는 화학에서의 원소기호처럼 최소한의 단위인 것입니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음과 양의 조화로 세상의 구성을 바라 봅니다. 두 상반된 힘의 조화와 균형이 세상을 만든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풍수지리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생각의 근본은 상대성 속에서 가치를 찾으려 합니다. 

 

 

코스가 아니라 한꺼번에 음식이 나오는 한식 밥상
코스가 아니라 한꺼번에 음식이 나오는 한식 밥상

 

 

3. 결

 

  서양은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고방식이 선형적입니다. 하나 다음에 둘, 그 다음에 셋이 나와야 합니다. 

 

 반면 동양은 상호관계를 중시하는 상대적인 가치체게를 가집니다. 따라서 음식 하나하나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들과 다른 음식과의 관계도 중시합니다. 그래서 음식의 궁합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먹고 살게 된 다음부터 우리는 한국적이라는 문화적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이라는 것은 이런 우리의 일상적인 밥상 같은 것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은 코스 요리를 먹는 서양 사람들보다 밥상을 먹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가 과거보다 미래가 밝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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