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추월을 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도 상상하기 힘드렀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시총 1위 기업 자리가 바뀐뀌는 경우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1. SK하이닉스의 시총 200조원 도전
“향후 3년 내 시총 규모를 현재의 2배인 200조원으로 키우겠습니다.”(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2024년 1월 ‘CES 2024’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선언한 내용입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삼성전자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3년 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도 상당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다소 무리하게 목표를 잡은 것 아니냐며 자신감의 배경을 묻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SK하이닉스 시총은 200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2025년 7월 11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최초로 장중 3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비록 막판에는 동력을 잃으면서 29만 3,500원으로 마감하긴 했지만, ‘30만닉스’가 실제로 가능하단 것을 시장에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7월 11일 기준 SK하이닉스 시총은 213조 6687억원으로, 곽 대표가 언급한 3년 보다 2배 빠른 1년 반 만에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HBM입니다. HBM이 지닌 높은 수익성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2/4분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매출은 155억달러(한화 약 21조2051억원)로, 전분기 대비 31%가 증가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매출도 같은 기간 155억 달러로 집계됐다는 겁니다. 즉,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합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비등해진 겁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는 탄탄한 기술을 기반으로 2024년 1/4분기 HBM3E(5세대) 세계 최초 양산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며 “올해 2분기에 들어서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질렀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4분기 D램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 36%, 삼성전자 3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생산능력(Capacity)를 고려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Capacity는 SK하이닉스의 1.5~2배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D램이 훨씬 많지만, HBM의 수익성이 워낙 좋다보니 SK하이닉스가 매출에서 이기고 있는 것입니다. AI 시대에서는 ‘양’보다 ‘질’이란 걸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SK하이닉스는 7월 24일 2/4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합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8~9조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약 3조원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3배 가량 많은 수준입니다.
2025년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는 독주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을 탑재한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AI 가속기 ‘GB300’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더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3/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문화 비교
국내 대기업이 여러 사업을 같이 운영하다 보면 사업부별로 인센티브를 차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잘 되는 부서는 불만이 생깁니다. 삼성전자가 현재 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SK이노베이션 같은 경우에도 석유사업, 석유화학사업, 윤할유사업, 석유개발사업 등을 영위하다 보면 같은 문제를 겪어 왔습니다.
회사 내에 잘 안되는 사업이 생기면 책임을 분명히 하고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SK의 경우는 빠른 조치가 가능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런 대응이 느린 상태입니다.
세계의 성공적인 반도체 기업은 대다수가 CEO를 엔지니어가 하고 있습니다만 삼성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3. 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HBM에서 선수를 뺏긴 후 계속 고전 중입니다. 삼성전자의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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