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 연휴에 하루 먼저 내려가서 기장 바닷가 죽성리 두호마을 곳곳을 걸어 다녔습니다.
1. 드림 세트장 죽성 성당
넓은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성당 세트장은 드라마 세트장입니다. 2009년 SBS 드라마를 찍은 후 태풍에 두어번 피해를 받은 적은 있지만 그 때마다 보수를 하여 이젠 명실공히 관광 1번지가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매년 새해마다 성당세트장과 빨강,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일출 사진을 찍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성당세트장 바로 옆 마당섬 한 귀퉁이에는 조선 말기 암행어사와 월매의 이야기가 벽에 새겨진 어사암이라고 불리는 바위가 있습니다. 물이 빠질 때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2. 국수당
마을 언덕으로 새로 도로가 난 길 옆 언덕에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국수당이 있습니다. 이 곳에는 다섯 그루의 수백년된 노송들이 멋있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어 쉬고 가기에 좋은 곳입니다.
국수당에서 옆으로 보면 400~500m 걸어가면 큰 노송이 있고 그 뒤로 가토 기요마사가 건축한 왜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유재란 때 조선 도공들을 큐슈섬 싸스마번 가고시마로 끌고 갔습니다. 그래서 심수관 등 일본의 유명한 도자기들이 나왔고 도자기를 싼 그림들을 통해 유럽의 인상파 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3. 황학대
조선시대 귀향을 온 윤선도가 쉬었다는 황학대는 성당 세트장에서 200m 거리에 바닷가 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윤선도는 이 곳 봉대산(기장 남산)에서 한약재를 구해다가 마을 사람들을 치료해서 마을에는 한의사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몇 년전 윤선도 생가인 해남 마을을 가보고 윤선도가 우리나라 서남쪽 끝 마을에서 동남쪽 끝 마을로 왔었구나 생각을 했었습니다.
황학대에서 옆으로 보면 산 너머에 학리 마을이 있습니다. 울산에 학성(울산성)이 있지만 여기도 학이 들어간 지명이 많습니다. 옆동네 일광해수욕장에는 윤선도가 쓴 시가 씌여 있습니다. 멀리 해남에서 찾아온 동생과 헤어지면서 쓴 시입니다.
아우와 헤어지면서 지어주다
너는 새 길을 가라지만 산이 몇 차례나 막혀 있을테니
물결따라 살자면 얼굴 부끄러움을 어찌하랴
헤어지려니 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려
네 옷자락에 뿌려지며 점점이 아롱지네
내 말은 서두르고 네 말은 느리구나
이 길을 어찌 차마 가랴, 따라가지 못하겠네
가장 무정하기는 짧은 가을 해
이별하는 사람들 위해 잠시도 머물러 주지 않네
이젠 일광톨게이트가 생겨 성당세트장과 창원, 부산, 울산과는 고속도로로 1시간 이내의 거리입니다. 성당세트장에 오는 길에 국수당, 왜성, 황학대도 보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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