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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1) - 서울 강남

by 선라이저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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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멋진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이 만듭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건축가로 널리 알려진 홍익대 유현준 교수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책에서 도시와 사람 중 서울 강남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1. 도시는 유기체

 

 서울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신논현역)에 이르는 뒷골목은 20대 젊은이들의 욕망이 분출되는 거리입니다. 성형외과, 바디샾, 한의원, 유학원, 외국어학원, 제화점, 미장원, 맥주집, 갈비집, 횟집, 삼겹살집, 핸버거 가게, 커피 전문점 등이 즐비합니다.

 

 젊은이들의 수요에 맞추어 다양한 직종의 가게들이 불야성을 이룹니다. 이런 도시 구조가 처움에 이곳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구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울 강남의 초기 격자형태의 도로망은 도시계획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이후에 학군제 형식의 교육제도,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 폭증, 주택 가격, 핵가족화 경향, 경제 성장, 문화적인 변화, 부동산 정책 등 수많은 변동 요소에 의해 지금의 도시구조가 만들어졌기에 그 결과물은 자연 발생적인 생태계의 특징과 더 유사한 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도시속의 먹자골목들, 건물 지하실의 노래방, 5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주거 형태, 빈틈마다 주차된 차로 꽉 찬 도로 등은 강남이 설계 도시가 아닌 마치 자연발생한 유기체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2. 진화하는 도시 : 로마, 파리, 뉴욕

 

 도시에서 상수도 시설은 유기체에서 혈관 중에서도 동맥의 형성과 의미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고대 로마는 순환계 부문에서 가장 먼저 진화한 도시입니다. 

 

 순환계 다음의 진화 단계인 신경계를 도시 시스템에 비유하자면 사람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교통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내교통망을 가장 혁신적으로 개선하여 진화의 다음 단계로 도약한 도시는 파리입니다. 사통팔달로 뚫린 파리의 방사형 교통망은 파리를 세계에서 도시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앞선 도시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파리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으로 하수도 설비도 되어 있었는데, 생명체에 비유하자면  혈관의 정맥 네트워크까지 완성된 도시 진화의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생명체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척추 신경계에 비유될 수 있는 전화망의 구축입니다. 전화 전신 설비는 벨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먼저 구축되기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전화 통신 시스템이 잘 설치된 뉴욕은 20세기 들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전화 통신망이 척추 신경계 진화의 첫 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인터넷 통신망의 구축입니다. 서울은 이러한 면에서 아주 진화된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서울은 무선 인터넷이 잘 되는, 신경망이 잘 구축된 도시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은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부상하는데 발복을 잡는 동맥경화와 같은 병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도시는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입니다. 도시의 진화 단계는 지금 유기체 진화의 마지막 단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에너지 소비의 관점에서 진화의 정도를 살펴보면 아직도 고대 도시 수준에서 하나도 진화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라는 유기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책자

 

3. 서울 강남과 북한

 

  한국에는 건축 설계를 가르치는 대학이 200군데가 넘습니다. 미국의 경우 50군데가 조금 넘는 것을 감안하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70년대 산업화와 중동의 건축 붐에서 기인합니다. 

 

 한국의 건축 시장은 축소되는 중입니다. 다른 말로 경제 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엔진이 멈추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설계사무소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건축 설계 분야는 해외 진출을 도모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은 어려웠고, 아프리카와 중국으로 진출하였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아이디어만 도용당하고 설계비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였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 진출이 만만하지 않음을 깨닫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북한에 눈을 돌리는 듯 합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북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북한은 한국 건축계의 강남이고 중동입니다. 그래서 아들은 과거 황금기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갖고 북한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협력은 IMF 사태나 미국발 금융위기 급의 사태가 있어야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이 위기가 우리 경제에 축복이 될 남북경협의 방아쇠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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