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윤석철 교수의 '삶의 정도'에서 이야기하는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 쉐난도 영화 이야기
유니버셜사가 제작한 '쉐난도' 라는 영화속에서는 '사랑한다'는 말과 '좋아한다'는 말이 엄격히 구분되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버지니아주의 쉐난도 계곡에 살고 있는 앤더슨 씨에게 샘이라는 청년이 찾아와 딸 제니와 결혼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청합니다.
앤더슨 씨가 "왜 제니와 결혼하려 하는가?"하고 청년에게 문자, 청년은 "제니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앤더슨 씨는 "그것은 충분한 이유가 못돼"하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당황해 하는 청년에게 앤더슨 씨는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There is some difference between loving and liking)"하며 인생을 가르칩니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게 되면 그와 하루밤을 지내는 일도 지겹고 싸늘하게 느껴지는 거야..... 그런 밤을 보내고 나면 이튿날 아침에는 경멸만 남지."하면서 '사랑한다'보다는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2.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
인생을 달관할 나이에 사위가 될 사람에게 들려준 앤더슨 씨의 설명은 무슨 의미일까요? 생각해 보면 젊은 남녀 사이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랑이 싹틉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내면세계가 있으며 마음씨, 취미와 정서 그리고 더 나아가 인격, 도덕성, 가치관과 같은 내면세계의 변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표출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은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결혼했으니까 계속 살게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도닥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개인의 행복차원에서는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앙드레 지드는 "사랑을 받는 것(be loved) 보다 좋아함을 받는 것(be liked)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에는 '사랑받는다'는 말은 있지만 '좋아함을 받는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이는 수동태가 빈약한 한국어의 한계로 볼 수 있습니다. 언어의 발달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함수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인은 '사랑받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좋아함을 받는 것'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상대방의 '좋아함'을 받으려면 나의 교양수준을 높이고 인격을 도야하며, 높은 도덕성과 고결한 가치관으로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높여야 합니다.
3. 결
'사랑받기'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한 도움이 따르지만, '좋아함 받기'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한 도움이 전혀 없고 오직 인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싫어지면 상대방을 떠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배신 행위를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배신을 당한 사람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계속 좋아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노력, 즉 자신의 인간적 매력을 키우지 못한 것은 자기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철 교수는 OECD 국가 중 한국의 이혼율과 자살율이 유독 높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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