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와 관련해서 열정과 몰두의 '이연연상'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1. 이연연상(Bisociation)이란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창조에 이르는 결정적인 상상력은 어떤 특정 순간에 나타납니다. 이 순간에 관하여 '창조적 행동'의 저자인 심리학자 아서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창조자들은 해결하고 싶은 어떤 문제에 직면할 때 모든 열정과 정열을 쏟아 붓습니다. 그러나 열정과 정열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해결이 여의치 않아 지적 좌절과 정서적 곤경에 빠지면 그들은 방황하고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떤 경험과 자신의 목표 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런 관계 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의 형태로 창조자의 머릿속에 번쩍이게 됩니다.
2.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의 왕 히어론 1세로부터 왕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몰두하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목욕탕에 들어가면서 욕조 안의 물이 (물속에 잠기는) 자기 몸의 무게만큼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이거다(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사람이 목욕탕 속에 들어가면 인체의 부피만큼 물이 넘쳐 흐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금관을 물속에 넣으면 금관의 부피만큼 물이 흘러넘칠 것이고, 만약 금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다면 금관과 같은 무게의 순금 금괴를 넣어도 같은 부피의 물이 흘러 넘칠 것입니다.
그런데 금관을 만든 사람이 속임수로 금에 다른 금속, 예를 들어 구리를 넣었다면 금의 비중은 구리보다 3.1배 큽니다(무겁습니다). 이 때 흘러넘치는 물의 부피는 다를 것입니다. 이 깨달음으로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의 순금 여부를 해결했고, 더 나아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였습니다.
히어론 1세가 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왕관의 순금 여부와 목욕탕 물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가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 열정적으로 몰입하며 고민하던 어느 순간, 문제의 해결과 목욕탕 물이 만나 이연연상을 일으킨 것입니다.
3. 결
괴테의 파우스트에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와 "계속 노력하면서 몰두하는 자는 구제받을 수 있다"는 이연연상을 일으키는 두 구절이 있습니다.
한국의 스낵시장에서 40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품 중 '새우깡'이 있습니다. 새우깡은 1971년 농심이 처음 개발하였습니다. 농심은 신제품의 개발 및 제조과정은 물론 상품명을 짓는데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원료는 새우가 들어갔으므로 한 두 글자를 붙여 간결한 이름을 짓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춘호 사장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아리랑 노래를 부르다가 랑의 발음이 어려웠는지 "아리깡, 아리깡"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깡'이라는 음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조차 쉽게 발음할 수 있고 맑은 음가를 가진다는 '이연연상'적 신호를 얻어 냈습니다.
이렇게 열정과 몰입으로 탄생한 새우깡의 성공은 이후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라면의 품질 혁신에 투자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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