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이나 버스의 노약자 보호석은 노인의 자리입니다. 사실은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리입니다. 80대 분이 서있기도 하고 60대 분이 앉아있기도 합니다. 노약자 보호석에서 싸우는 분들도 가끔씩 봅니다. 멀지 않는 미래 노인이 된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
오늘은 하지현 박사가 쓴 '도시심리학' 책에서 새로운 노인세대의 등장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1. 폴 메카트니의 '내가 예순 네살이 된다면'
1960년대 초반 20대 나이의 비틀스의 폴 메카트니는 '내가 예순 네살이 된다면(When I am sixty four)'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나이 들어
머리 숱이 없어져도
발렌타인데이나 생일에 축하주를 보낼 건가요?
만일 내가 한밤중에 들어오면
문을 잠가버릴 건가요?
내가 예순네 살이 되어도
나를 원하고 챙겨줄 건가요?
당신도 나이가 들겠죠.
그 땐 이렇게 말하겠지요.
당신과 함께 있어줄 수 있다고.
전기가 나가서 퓨즈를 갈아야 할 때
내가 고칠 수 있어요.
당신은 화로 옆에서 스웨터를 짜고
일요일 아침에는 드라이브를 가죠.
정원을 가꾸고 잡초를 뽑으며 뭘 더 바라겠어요?
내가 예순네 살이 되어도
나를 원하고 챙겨줄 건가요?
하지만 폴 메카트니는 예순네 살이 되던 해에 연인에게서 사랑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998년 첫 부인과 사별하고 난 후 모델 출신 밀스 헤드를 만나 2002년 6월 재혼했지만 손자들을 무릎에 앉히고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예순넷의 노년은 맞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네 살짜리 딸 베아트리체의 양육권을 포함한 1000억원 대의 이혼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2. 노년 문화를 선도하는 변화를 꿈꾸는 노년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는 "모든 사람은 오래 살기를 갈망하지만, 아무도 나이를 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평균 수명이 80대로 상승하였습니다. 노년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융통성의 저하입니다. 변화를 싫어하고 그대로의 틀안에서 머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사람을 편하게 놔주지 않습니다. 주변에 변화의 속도가 너무도 빠릅니다. 정신과에서 사람이 '깨어 있음'을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의식의 명료함을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남력(orientation)이라는 것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지남력이란 그 사람이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노인들은 장소가 나타내는 지남력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소극적 해결책으로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곳을 찾아내고 그곳에 모여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듭니다. 두 번째로는 세상이 어떻게 변했든 미리 정해 놓은 원칙을 완고하게 지키고, 예외를 인정하려 하지 않기도 합니다.
서퍼가 파도의 흐름을 타고 서핑을 하듯이 물의 흐름이 바뀌면 자기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거기에 맞추어서 자신을 내맡기는 새로운 노년 문화를 선도하는 신종 유형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3. 결
한국의 노인들은 급속한 속도로 양극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변화를 거부하지만 불안에 떨며 소외받고 있는 그룹,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자신의 자아실현과 행복추구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그룹이 노인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이 노인 인구로 진입함에 따라 두번째 그룹의 증가세가 만만치 않아 실질적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분명한 것은 누구든지 둘 중의 하나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이미 결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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