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는 무슨 조작을 하든 30분 후에야 반응하는 자동차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 하노 벡은 "결국 돈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경제학을 제대로 써먹는 사람이다"고 합니다. 은행원, 경제 전문 기자, 경제학과 교수, 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을 찌르는 통찰력과 위트 있는 문장으로 많은 책을 내고 있습니다.
경제는 초대형 유조선과 같아서 즉각 움직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 정책은 경제를 서서히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움직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통화정책 가속 페달을 아무리 세게 밟아도 경제 자동차는 12개월에서 18개월 후에나 반응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속도를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고 30분이 지나서야 반응하는 자동차를 생각해 보라. 자동차가 빨라졌는지 혹은 느려졌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빨라진 까닭이 가속 페달을 밟아서인지 아니면 산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어서인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역풍을 만나 자동차가 더 느려질 수도 있습니다.(미국 연준의 지속적 금리인상은 경기침체를 초래해 물가 안정이 보여지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통화정책이 어떤 경로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제활동에까지 전달되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경기 회복 엔진과 연결된 페달이 어느 것인지 모른 채 여러 페달 중 하나를 밟은 후 속도가 빨라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2. 중앙은행에서 흘러나온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나
간단히 말해서 인플레이션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발생하고 디플레이션은 경제를 굴리는 데 필요한 돈이 부족할 때 생깁니다.
욕조를 국민 경제로, 욕조에 담길 물을 통화량으로 볼 때, 물이 넘쳐나면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여 국민 경제에 해를 미칩니다. 하지만 욕조 바닥에 구멍이 나 있다면 욕조는 넘치지 않습니다. 즉 인플레이션 상승이 없습니다. 욕조 구멍에서 빠져 나간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 구멍을 통해 물은 자본 시장으로 흘러갔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자산(가치)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자산 인플레이션을 물가 인플레이션과 구분)
자산 인플레이션은 자산 시장을 차례로 통과하며 경제를 초토화시킵니다. 돈이 먼저 주식 시장으로 들어가 주식 시장을 과열시켜 추후 급락의 빌미를 만듭니다. 그런 다음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2008년에 부동산 및 금융위기를 통해 이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지금의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3. 경제위기는 언제나 도둑처럼 찾아온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해서 가장 확실한 사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도 고속도로에서 천천히 달리고 싶지 않지만 정체가 생깁니다. 이런 현상은 미시 경제학(microeconomics)과 거시 경제학(macroeconomics)의 차이 때문에 발생합니다. 미시 경제학은 소비자, 기업 혹은 납세자 등 개별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연구합니다. 반면, 거시 경제학은 이런 개별 경제 주체 모드의 활동이 합쳐져 나온 결과, 즉 개별 활동을 합한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혼합된 결과에 집중합니다.
경제는 종종 개별 관점에서 기대되는 것과 총합에서 기대되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개별 운전자는 정체를 원하지 않지만 운전자 총합이 정체를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불황과 실업과 같은 거시 경제 현상을 말할 때 목욕물을 버리면서 욕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자극에 반응한다는 미시 경제의 근본 명제가 거시 경제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이 목격되면 성급하게 유령 정체로 결론내리지 말고 더 정확하게 살펴야 합니다. 혹시 어디 통나무가 떨어져서 차선을 막고 있지나 않은지, 사고가 나지는 않았는지, 잘못된 경제정책이 실행되지는 않았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정체가 오래 지속된다면 일시적인 정체가 아니라 고속도로 설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계를 변경하고 도로를 다시 만들려면 한동안 그 도로를 이용하지 못해서 불편을 겪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원인 모를 수요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 질병일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매우 고통스런 치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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