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안양 대림대에서 시와 시 낭송을 배우면서 시를 가르친 선생님인 시인의 소개로 또 다른 이시환 시인(68세)을 서울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시인이자 평론가입니다. 시를 쓰기도 하면서 남의 시를 평가하는 일을 같이 합니다.
수 많은 깊이 있는 시를 써온 그 분이 2025년 5월 15일 카톡에 올린 최근 글과 시를 소개합니다.
저도 힘든 시간을 3~4월에 보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보니 의욕과 무욕, 생명을 다룬 최근 그의 글과 시가 크게 와 닿았습니다.
1. 시의 힘
'시의 힘'이란 말은 민숙영 시인의 시집 제목이지만 그와 조금 다른 의미로 그녀의 말을 빌려 쓴다.
어느덧 내 나이 68세. 이제 신체적 건강 상태가 의식되고, 그 기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한다. 지금껏, 시 창작과 문학평론 활동을 해오면서 종교·주역 등을 탐구하느라 나름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으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어 보인다.
지난 2025년 2월에 '가시와 솜털'이라는 새 시집을 펴내고는 100일 동안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다. 그동안 두 편의 장편 소설을 읽고 평문 쓰는 작업을 했고, 개인적으로 꼭 집필하고 싶었던 '행복론'을 마침내 어렵게 써냈을 뿐이다.
그리고 경남 산청의 황매산 철쭉꽃을 보겠다고 의욕을 내어 지난 5월 11일에 ‘산청한방가족호텔’에 친구와 함께 투숙했고, 계획에 없던 ‘필봉산’과 ‘왕산’을 새벽부터 홀로 탐방했었다. 초행길이었지만 매우 특별한 감응이 일었고, 많은 사유를 하게 했던 곳으로 다시 가보고 싶은 산길이 되었다.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 5월 12일 그 산행에서 돌아와 2~3일 내내 붙박여 생각에 잠겼었다. 그리고 5월 14일에 아래 네 편의 짤막한 시를 수습(收拾)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것도 시인가?’ 하겠으나 나에게는 각별하다. 너스레를 떨고 싶지 않았고, 간단명료하지만 깊은 철리(哲理)를 담고 싶었다.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행간에 담아내려 했다. 이것이 시의 힘이지 않나 싶다.
생명(生命)이란 구조체의 기능이고, 그 기능 정지가 죽음이며, 인간 삶이란 자신의 욕구·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일체의 활동임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생명력이란 의욕의 힘이며, 일상의 원동력이 됨도 알았다. 「무욕(無欲)의 청정함」이 아니라 「유욕(有欲)의 소중함」을 실감하며 산다.
산길을 홀로 걸으며 만나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죽어가는 것들과 살려고 애쓰는 생명을 보며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느꼈고, 재확인했다. 그 끝자락에 있던 나의 언어이다.
2. 이시환 시인의 '의욕', '무욕' 시 2편
의욕(意欲)
많으면 많아서 탈이고
없으면 없어서 탈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근심 걱정 늘어나고
적으면 적을수록 사는 재미 줄어드는
젊어서는 많아서 탈이고
늙어서는 없어서 탈이다.
무욕(無欲)
황매산 철쭉꽃이 피어도
‘그런가?’
필봉산 비바람이 불어도
‘그런가?’
매사에 무덤덤하니
늙어감의 비애로다
3. 이시환 시인의 '생명'과 '첩첩산중 하늘길에서' 시 2편
생명(生命)
살기 위해서 죽을 수는 있어도
죽기 위해서 살지 않는다.
첩첩산중 하늘길에서
나도 여기 누운
돌 하나와 다르지 않고,
돌도 여기 올라선
나 하나와 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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