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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손해볼 걸 알면서도 포기 못하나 : 매몰 비용

by 선라이저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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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팬데믹 회복을 위한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고 이에 전쟁이 겹쳐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초래되었습니다. 2%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이 뒤따르고 세계적 경기침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성큼 성큼 다가오는 중입니다. 오늘은 손해를 볼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의 원인인 매몰비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 매몰비용의 사례 

 

 가. 비 오는 날 택시 잡기 사례

 

  비 오는 금요일 밤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에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오지 않습니다. 도로에는 나 말고도 2~3명이 더 있습니다. 기다린지 20분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이 생깁니다. 다른 곳으로 올길까? 아니면 지하철을 탈까?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다. 택시를 기다리느라 기다린 시간은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매몰비용(묻어버린 비용)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났거나 돈을 이미 썼다면 그것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비용입니다.

 

  누군가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택시가 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택시가 일정한 간격으로 온다면 그 생각이 맞습니다.  여기서 확실히 해둘 것은 그 자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기로 결정한 이유는 기다린 시간이 아까와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택시가 올 걸 알기 때문입니다.

 

  택시가 아예 오지 않는다고 추측할 만한 근거가 있으면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투자는 택시를 기다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쨌든 택시는 기다리면 잡힙니다. 그런데 주식이나 투자상품은 아무리 기다려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나. 상품 개발 사례

 

  당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어떤 상품을 개발하는 데 12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매우 혁신적인 상품으로 개발 기간이 3년이 걸리지만 완성하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완성을 1년 앞두고 경쟁사에서 성능이 더 좋은 제품을 매우 싼값에 출시해 버렸습니다. 

 

 개발을 완료하려면 아직 5억원이 더 들여야 합니다. 이럴 때 '매몰비용'이라는 악마가 고개를 듭니다. 이미 들어간 12억원이 아깝기 때문에 어떻게든 개발을 완료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5억원을 더 쓸지 말지는 이미 들어간 돈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사라진 돈이므로 개발 진행을 결정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이 제품이 경쟁사 제품을 압도하고 투자비 이상의 수익을 뽑아 줄 것인가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 투자 사례

 

  투자 시장에는 손해를 만회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 중국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사람은 국제 선물 시장에서 냉동 돼지고기에 큰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며 냉동 돼지고기 시세가 폭락했습니다.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데 증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 그만 두시면 투자금 전부를 날리는 것입니다. 지금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고 더 떨어질 일도 없습니다. 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그 사람은 손해를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지금까지 잃었던 돈을 한 방에 만회하기 위해 다른 데 써야 할 돈을 끌어다 냉동고기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1년 후 시카고상업거래소는 냉동 돼지고기 선물 거래를 중지하였습니다. 생고기 냉동 돼지고기 거래량이 너무 줄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는 이미 냉동 돼지고기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거래량 감소는 곧 시장의 무관심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마음 때문에 중요한 사실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이미 날린 돈은 날린 돈입니다. 냉동 돼지고기에 투자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이미 사라진 돈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됩니다. 그랬다가는 멀쩡한 돈까지 날려 버립니다.

 

 2. 매몰비용 사례가 주는 시사점

 

 냉정하게 경제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을 아까와하거나 슬퍼하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미 사라진 시간이나 비용에 미련을 갖는 것은 또 다른 낭비이고, 이미 써 버린 사라진 돈을 만회하기 위해 돈을 더 쏟아 붓는 것은 더 큰 손해를 불러 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이미 써 버린 시간이나 비용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오로지 결정을 내리는 시점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매몰된 것은 매몰된 것입니다. 즉 없어진 것은 없어진 것입니다.

 

  매몰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택시 사례에서 매몰 비용을 줄이려면 결정을 빨리 하면 됩니다. 오랫동안 망설일수록 잃어버린 시간이 더욱 많아집니다. 말하지면 오래 기다릴수록 매몰 비용은 커지고 손해를 만회하려는 생각 때문에 다른 결정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주가하락 시의 대응

 

 3. 결

 

   흔히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매몰 비용의 개념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멀리 가기 전에 포기해야 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과거의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비용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사라진 돈과 시간이 아무리 아깝더라도. 

 

  주식투자자 윌리엄 오닐은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혼합해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매몰 비용과 관련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금 주식을 팔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팔 수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상황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은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아직 주식을 팔지 않았으니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손실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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