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로움의 충격'이라는 책을 쓴 김만권 작가가 인터뷰를 한 것을 보았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다.
1. 외로움의 충격
요즘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풍요로와졌음에도 남들을 돕지 못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나?
외로움(사회적 고립)은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말이다. 외로움은 일부분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반면 고독은 내가 나 자신과 마주하는 상태이다. 일기를 작성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상태다. 2018년 1월 영국에서는 외로움부 차관이 임명되었다. 일본에서도 2021년 고독부 장관이 임명되었다. 동양에서는 고독이 외로움과 고독이 구분되어 쓰이지 않고 있다.
외로움 사회에서는 묻지마 범죄가 증가한다. 외로움 사회의 이면에는 능력주의 사회가 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밀려났다는 것은 노력하지 않았다고 취급된다. 사회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부당하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생각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잇따른 실패는 '자기 혐모'로 연결된다. 자기 혐오(자신에게 분노하는 것)은 끝까지 마음에 담아둘 수가 없다. 마음속 분노는 언제든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난다.
밀려난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없다. 뒤쳐진다는 것은 무시당한다고 생각하여 못참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밀려난 사람들을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무시하거나 깔보기 시작한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런 사람들에 너의 자리를 찾아주겠다고 한 것이다. 2차대전 때 히틀러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2. 한국에서 능력주의 사회의 출현
능력주의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마이클 영은 IQ+노력을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노력'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하는 대다수에게 필수적인 '기본값'으로 성공의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 요인은 '지능'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재능이 뛰어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능력주의는 노력주의로 여겨진다. 능력주의가 결국 사람의 지위를 결정한다.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는 사회 구성원 5%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발간된 다른 저자의 '능력주의의 함정'이라는 책에서는 1%를 위한 발상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능력주의는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며칠간 밤을 새워 일하는 스티브 잡스가 능력주의의 아이콘이다.
한국은 여기에 시험주의가 가미되어 한국 인구의 10~12%만 제대로 보상을 받는다. 아래 2018년 기준 한국의 분위별 소득격차를 보면 9~10분위 연봉이 평균 7,800만원에서 7~8분위는 4,100만원, 5~6분위는 2,800만원, 3~4분위는 2,150만원, 1~2분위는 1,100만원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연봉분위별 평균 연봉 (2018년 기준)
10분위 | 9,931만원 |
9분위 | 5,893억원 |
8분위 | 4,528억원 |
7분위 | 3,701억원 |
6분위 | 3.105억원 |
5분위 | 2,639억원 |
4분위 | 2,290억원 |
3분위 | 1,988억원 |
2분위 | 1,562억원 |
1분위 | 689억원 |
우리 사회에서는 보유 자산(집)이 하나의 기준으로 부각된다. 20~30대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집을 살 수가 없다.
능력주의 1세대는 '노력'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능력주의는 신분사회 타파로 연결된다. 성공한 1세대는 2세대에게 부를 대물림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능력(인적 자본)이 세습되는 일이 발생한다.
인적 자본은 나만의 노력만으로 쌓을 수 없다. 가족의 배경이 중요한 질문이 된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가족적 운이 크게 작용한다. 노력으로 포장한다. 추억이 없는 젊은 세대가 등장했다. 능력주의 집안에서는 억지로 만들어진 추억 뿐이다.
가정사는 자녀의 교육환경이 최우선 순위이다. 학군이 중요하다는 것은 능력주의 사회에 진입하였다는 뜻이다. 부모의 삶 자체를 아이의 교육환경에 맞춘다. 아이들에게 특권을 대물림한다. 물려주는 재산(기본)에 평소에 물려주는 것이 다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나 자신이 누리는 것을 내 자식이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들에게 중산층이 성공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중산층이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투자를 해서 격차를 벌린다. 능력주의가 세습된다.
3. 결
나는 1989년 1월 서울 여의도에 직장을 구해 올라온 후 종로, 강남에서 각 10여 년씩 30년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능력주의를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IMF 이후 2000년대에 들어 대기업들이 성과평가제도에 상대 평가를 도입하면서 하위 20%는 3년 지속이면 탈락(퇴직)시키는 소외 명예퇴직 제도를 도입했다. 1990년대 대학 입학생 급증에 졸업증원제를 도입해 3학기 저성과자는 퇴학시킨다는 제도는 본격 시행을 못하고 흐지부지 되버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명퇴제도는 기업의 수익성을 위해 실행되었다.
채권투자에서도 원금이 보장된다고 믿고 시가평가를 모르던 사람들이 원금의 50~70%를 잃는 험한 꼴을 IMF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요즘 공매도 제도가 6개월간 일시 금지되면서 드러난 공매도로 아주 쉽게 돈을 벌어온 금융카르텔의 실체가 이런 능력주의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 것 같다. 사법고시가 사라지고 로스쿨이 도입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사회가 신분 상승의 사다리기 하나씩 걷어진 만큼 중산층은 예전보다 희망을 갖기 힘든 힘든 사회를 살고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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