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나 작가가 쓴 '나는 해녀다' 기장군 1세대 해녀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주 무대와 시간이 이 분들의 자녀가 586세대, 부산 바닷가의 이야기입니다. 제주도 출향 해녀는 강원도부터 경북, 울산, 부산, 경남에 이르기까지 바닷가 마을마다 그 뿌리를 내려 왔습니다.
1. 작가의 이야기 - 가슴골짜기 마다 묶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헤쳐
30년 가까이 기장 갯가에서 지내며 동화를 짓다가 제가 해녀 작가가 된 것은 숙명입니다. 2019년 7월부터 해녀이야기를 썼습니다. 그 덕에 기장군보 '기장사람들'에 '18개 갯마을과 해녀'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2년 동안 한 달에 20일간 갯가를 걸었습니다. 해녀들과 말똥성게를 까고, 돌미역을 널고 난장을 치면서 사람 마음을 먼저 열어야 그물로 고기를 낚듯 이야기가 술술 엮이니까요. 그러면서 얻은 별명이 난장마녀입니다.
2019년 5월 신암마을(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연화리)에 취재차 나갔어요. "해녀이야기를 쓰려면 제주도에서 출향한 1세대 해녀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지." 어느 해녀분이 이야기했어요. 이 분들을 찾아다니며 구술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어요. 이 분들은 피붙이 하나 없는 낮선 육지에서 거친 바다를 누비며 해녀 명맥을 잇고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룬 애국자들입니다.
2. 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 이야기 - 고단함을 뛰어넘는 생생한 기운이 뿜어져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와 사하구 신평동 모래구찌라는 어촌마을에 종종 낚시를 하러 갔습니다. 수평선 끝에는 큰 배가 멈춘 듯 떠 있었고, 방파제와 수평선 중간쯤에는 오랜지색 스티로폼 조각들이 동동 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돌고래처럼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이 있었습니다. 해녀들은 아침에는 물질을 하고 오후에는 장사를 하고 또 저녁에는 식구들을 돌보며 내일의 물질을 준비하였습니다.고달픈 삶이었지만 고단함을 뛰어넘는 생생한 기운이 뿜어 나왔습니다.
우리 할머니 세대가 살아온 지난 날이 대개 그렇듯 지금 80대인 기장군 1세대 해녀들의 삶도 녹록치 않았습니다. 서러움과 고달픔으로 눈물을 흘리며 잠들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묵묵히 바다로 나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어내었고, 새로운 희망을 찾았습니다. 해녀들의 안타깝고 억울한 사연들에 눈물이 나기도 했고 갑갑하기도 했습니다.
기장군 1세대 해녀 이야기를 읽고 지친 일상에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갈 힘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해녀의 역사를 보전하는 만큼이나 보람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3. 시사점
부산 맨 동쪽 기장군 하면 보통 사람들은 봄가을에 나는 기장멸치(멸치축제)나 기장곰장어, 겨울에 나는 기장 돌미역이나 양식 미역을 먼저 떠 올립니다. 그걸 누가 따 오는지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아왔는지 알게 해주는 이 책은 값진 의미가 있습니다. 기장 바다는 왜 짠가를 일깨워 줍니다.
김문홍 작가는 "위정자들의 권력 지향이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라면, 그 흐름을 이끄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민중의 역동적인 삶의 물줄기입니다. 기장군 18개 갯마을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펼친 물질의 역사는 민중사의 추동력이 되어 왔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역사는 남성들이 주도해 가지만 그 남성들에게 추동력을 준 것은 위대한 여성들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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