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어김없이 날씨도 차가와 지고 수능생들 막바지 힘내시기 바랍니다.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문경이라는 지명도 과거 합격이라는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뜻입니다. 먼저 '조선의 공무원은 어떻게 살았을까?' 책속에서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공부법과 과거계의 일타강사를 알아 보았습니다.
1. 조선시대 소문난 공부법
조선시대 교육과정은 모두 과거시험과 연계되었습니다. 소학은 중국 송나라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예의범절과 인격수양을 위한 격언, 충신과 효자의 사례 등을 여러 경전에서 모아 편찬한 책인데, 서당, 향교, 서원 등 모든 교육기관의 필수과목이었습니다. 소학은 유교교육의 기본 입문서였으나 과거시험을 위한 교재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소홀하게 다루어지기 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시험을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했을까요? 크게 2가지입니다. 바로 기본서와 수험서입니다. 기본서는 교과서라서 아무래도 두껍고 어렵습니다. 그 반면에 수험서는 시험 대비에 촛점을 둔 요약서이다 보니 수험생 측면에서 볼 때 기본서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준비생들도 교과서보다 간편한 수험서를 더 선호했습니다. 기본서인 사서오경은 분량이 엄청나고 내용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요약서가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사서삼경을 깨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류성룡이 "19세에 관악산에 들어가 몇 개월동안 맹자를 20번 읽고, 다음 해에 안동에 내려가 춘추를 30번 읽은 후 과거에 합격했다"고 한 말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인기있었던 요약서는 '삼정문선'이었습니다. 중국 원나라 때의 과거시험 답안을 모은 책인데, 고려 때부터 수험서로 활용되면서 수험서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수험서에는 답안을 어떻게 작성하라고 되어 있을까요? 수 십개의 모범답안이 실린 '책형'은 과거 답안을 잘 작성하는 기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첫머리 : 2~3구절로 시작하되 반드시 절실하기에 힘써 글의 주제를 함축해야 하며 말이 많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비록 많이 쓰더라도 교묘하게 전환시키면 시험관이 지루함을 잊게 된다.
중간 부분 : 이렇게 하면 좋고 저렇게 한다면 좋지 않게 됨을 구체적으로 논하라. 전체 내용에 은밀히 호응시키되 결말을 미리 드러내는 일은 절대로 금하라. 매 단락 아래에는 옛 성현의 말로 결말을 짓거나 폐단을 구제할 뜻으로 결말을 지으라.
당시 수험생들이 정작 책들은 읽지도 않고 지나칠 정도롤 요약집인 초집에 의존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현실성있는 공부법이 필요했습니다.
수험생들이 초집에 의존한 가장 큰 이유는 유교 경전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조차 유교 경전이 어려워 사서일경을 시험과목으로 한 것과 달리 조선은 사서삼경 또는 사서오경을 시험과목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범위가 너무 넓고 어려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이전과 동일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2. 과거계의 일타 강사
"연봉이 100억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대학 입시계 일타 강사의 발언이 한 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옛말에도 족집게로 알려진 강사들이 있었습니다. 세종때 허조는 왕에게 "유생 유사덕과 박호생이라는 사람이 자기 집에 서재를 차려놓고 어린 아이 수 십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을 특별포상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종은 두 사람의 개인교습소를 표창하였고 9품 관리였던 유사덕은 특별승진까지 시켰습니다.
심지어 조선의 최교 교육기관에 소속된 상당수의 성균관 유생들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중종때 김극필은 왕에게 "선생이 자주 바뀌어 성균관 유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 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유생을 가르치는 일이 점차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학부모들은 성균관에서는 공부가 안된다 해서 집에서 잘 가르치는 개인 선생에게 과외 수업을 받는다고 합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3. 시사점
스스로 배우면 오래 걸리고 도움을 받으면 빨리 배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외부에 큰 돈을 주고 경영컨설팅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는 고려, 조선시대에도 과거시험을 위한 사교육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유교를 숭상한 조선이 사서삼경이라는 중국보다도 더 많은 시험과목들을 채택한 것이 흘려 내려와서 지금도 수많은 과목을 수능에서 치르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과거를 고수하는 것이 교육 권력 같기도 합니다. 기업에서 30년 넘어 생활하였던 저의 경험에서 보면 기존 과목은 축소하고 경제교육 같은 현실적인 과목이 더 초중고, 대학 교과과정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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