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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father - 서초구 아버지센터 2022년 공모전 수상 에세이

by 선라이저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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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서초구 아버지센터에서 모집한 2022년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인생이야기 공모전에서 입상한 'I am father'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1. I am father (내가 애비다) - 변주민

 

  나의 할아버지는 무척 무덤덤하고 감정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분이셨다.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면 할아버지는 항상 따뜻한 커피와 함께 책을 읽고 계셨다. 내가 내는 조그만 소리에도 핀잔을 주셨던 할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무뚝뚝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할아버지를 어린 마음에 미워하고 할어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을 힘들어하기까지 하였다.

 

 한없이 어렵고 힘들었던 할아버지의 존재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내가 20살이 되는 해에 일어난 외삼촌의 죽음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외삼촌이 돌아가신 날, 가족들에게 아들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은 그 날도 할아버지는 자신의 감정을 다 쏟아내시진 않으셨다. 할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서서히 이를 인정하였지만, 할아버지는 외삼촌이 컨 타국에서 돌아가신 탓에 아직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외삼촌의 장례를 위해 외삼촌이 살고 계셨던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들고 공항에 도착한 직후 할아버지의 눈에서는 아들에게 더 잘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만이 보였다. 가족을 빼앗긴 사람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한 편으로 그 곳에 가기 싫었지만,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말없이 가족들을 따라 이동하게 되었다. 오랜 적막을 깨고 도착한 곳에서는 외삼촌의 유품만이 남겨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외삼촌의 장례를 치르기 전, 외삼촌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계셨던 병원의 응급실을 꼭 가보고 싶어 하셨다. 덮고 습한 날씨, 나의 지친 발걸음과 기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 응급실을 향해 할아버지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가셨다. 

 

 거침 숨을 몰아 쉬며 걸어가는 동안 나는 속으로 계속 불평하고 힘들어했다. 불평과 불만 끝에 도착한 병원은 우리나라 병원과 비교하면 작고 흐름한 곳이었다. 가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병원 외부만 보고 나오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직접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였다. 

 

 할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힘들고 짜증나는 마음을 접고 병원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동양인 무리 이방인을 경계하는 병원 사람들에게 할아버지는 구글 번역기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입력하고 보여 주셨었다. "며칠 전 내 아들이 이 병원에서 죽었다. 나는 나의 아들이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응급실을 보고 싶다."

 

 병원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요구에 당황하며 왜 응급실에 들어가야 하는지 물어보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 보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다시 구글 번역기에 무언가를 입력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는 고개를 떨구셨다. 번역기 화면을 본 병원 사람들은 가족에 대한 할아버지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잠시 상의하더니 응급실로 가는 문을 열어 주었다.

 

 우리 가족들은 외삼촌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본 천장, 침대, 응급실의 분위기를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그 곳을 나오셨고 할아버지의 손에는 마지막으로 병원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던 번역기 화면이 반짝이고 있었다.

 

 'I am father.' 할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기 위해 외삼촌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인 응급실에 가셨고, 아들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에서 아버지로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없었기에 떨리는 손으로 쓴 번역기 글을 통해서 아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오셨다. 결국 할아버지는 응급실에 갔다 옴으로써 외삼촌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할아버지만의 방법으로 외삼촌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할아버지 마음속 한 구석에는 외삼촌을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때 철없었던 불효의 마음을 여전히 후회하고 있다.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멈춰있었던 우리 가족의 사랑은 다시 흐르고 있다. 아들을 향한, 형을 향한,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후회의 감정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때의 아픔은 서서히 지워지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진해지기를 바란다.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2. 서초구 아버지센터

 

  우리시대 행복한 아버지를 꿈꾸는 서초구 아버지센터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살고 나라가 삽니다'라는 모토로 방배동에 서초구와 고도원의 아침편지 명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이 전국 최초로 만든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로하는 전용공간이자 문화힐링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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